[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히코사카-조선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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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實利 유혹에 끌린 趙9단 최악의 선택

제4보(62~77)〓이곳이냐, 저곳이냐. 어느 쪽에 더 많은 황금이 숨어 있을까. 이처럼 난해한 상황마다 수를 결정하는 것은 신념이나 철학이 아니라 가늘게 흔들리는 마음의 작은 파장인 경우가 더 많다.

수읽기나 계산은 아무리 해봐도 끝도 없는데 깜깜한 마음의 한 귀퉁이에서 문득 무언가가 손짓하며 이리 오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보에서 趙9단이 64언저리의 누가 봐도 시급한 요처를 팽개쳐두고 우하의 실리로 달려간 것도 비슷하다.

趙9단은 초반 포석 때부터 "좌변은 작다" 고 생각했고 그것은 시종 그의 대뇌 속에 남아 모종의 암시를 보내고 있었다.

좌변은 작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때마침 우하의 커다란 실리가 이리 오라며 유혹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최악이었다. '참고도' 를 보자. 우하를 파내기 전의 상황인데 여기서는 흑1로 몰고 3으로 호구하는 한수였다.

이것으로 흑의 중앙은 부풀어오르고 백의 좌변은 완전히 사그라든다. 더구나 백4와 흑5는 맞보기. 이 그림은 분명 흑이 좋다.

히코사카9단은 62의 잽을 던진 다음 64로 젖혀 70까지 좌변을 크게 키웠다. 그 다음 72의 요소를 차지해 백이 우세해졌다. 趙9단은 그러나 73의 급소가 있어 충분히 둘만 하다고 믿었다.

76엔 77이 맥점인데 여기서 백의 응수가 어렵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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