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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뛴 충청권 "건설엔 빛…농업엔 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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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새 수도 이전 영향으로 충청지역에선 10년 넘게 중단된 건축물의 공사가 다시 시작되는 등 건축업은 활기를 띠고 있는 반면 농경지를 더 확보하려는 농민들은 땅값이 크게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남도의 영농 규모화 사업 실적은 지난달 말 현재 71.2%로 전국 8개도 가운데 꼴찌다.

◆ 대형 건축물 공사 재개 잇따라=국립공원 계룡산의 갑사 입구에는 콘크리트 뼈대만 갖춘 채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건물이 있다. 1992년 12월 공사가 중단된 백제관광호텔이다. 이 건축물 공사가 중단된 지(공정률 30%) 13년 만에 재개된다.

건축주인 김모(67)씨는 "다음달중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라며 "공사비 120여억원 가운데 7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백제관광호텔 건물은 88년 착공됐으나 부도 등으로 사업주가 여러번 바뀌었다. 김씨는 "수도가 옮겨지면 관광객이 늘 것으로 보고 호텔사업을 재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상 5층 규모(객실수 83개)의 이 호텔은 내년 4월말께 완공될 예정이다.

백제관광호텔과 인접한 곳에 있는 계룡면 구왕리의 실버타운 건축공사도 5년 만에 재개된다. 건축주인 강모(46.건설업)씨는 "사업자금(55억원)을 확보해 공사 재개에 문제가 없다"며 "올해 안에 공사를 시작, 내년 7월께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의 실버타운은 98년 공사가 시작됐으나 이듬해에 중단됐다.

한편 올 상반기 충남도 내 건축허가 건수(4453)는 지난해 같은 기간 3533건에 비해 26% 증가했다. 반면 전국의 허가 건수는 6만6510건으로 지난해 8만3421건에 비해 20% 줄었다.

◆ 영농 규모화 사업은 부진=2ha의 논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쌀 전업농 성모(61.충남 연기군)씨. 그는 면적당 쌀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3개월 전부터 논 1ha(3000평)를 구입하려고 했으나 최근 이를 포기했다. 성씨는 "올 들어 땅값이 크게 올라 현재 갖고 있는 1억5000만원으로는 1000여평밖에 살 수 없게 됐다"며 난감해 했다.

6ha의 논을 갖고 있는 전업농 백청수(64)씨도 "땅값이 안정될 때까지 농지를 추가로 사들이는 것은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남도의 영농 규모화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영농 규모화 사업은 정부가 쌀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6ha 이상 전업농 7만가구를 육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 동안 3조8000억원을 지원한다. 전업농에게 평당 2만7000원씩의 농지 구입자금을 꿔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충청지역은 수도 이전 영향으로 땅값이 크게 올라 지난해 평당 7만~8만원이던 충남도 내 농지(논)값은 올해 20만~30만원으로 급등했다.

올해 충남지역 영농 규모화 사업실적은 지난달 말 현재 71.2%로 전국 8개 도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농업기반공사 충남본부 한성모 과장은 "충남의 영농 규모화 사업실적은 지난해까지 매년 상위권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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