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는 정치] 새 선거구 확정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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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여곡절 끝에 합의처리로 가닥을 잡긴 했지만 새로 조정된 선거구 획정안은 "나눠먹기식 구획긋기" 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자기땅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3당과 현역의원들의 이해가 얽혀 주고받기식 '거래' 를 벌인 흔적이 역력하다.

당초 다짐대로 지역구 수를 줄이기는커녕 현행(2백53개)보다 늘어난 2백58개로 최종 결정한 게 단적인 예다.

◇ 도농(都農)복합선거구 유지〓인구 상한선(30만명)에 미달, 통합이 불가피한 4곳의 복합선거구를 편법으로 되살려놨다.

인구 25만명 이상 30만명 미만인 이들 지역구는 "15대 국회에 한해 별도의 선거구로 인정한다" 고 선거법에 명시, 통합이 됐어야 마땅한데도 해당지역 중진들의 반발에 밀린 3당 총무가 이를 눈감아버린 것.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가 원주, 경주 갑.을의 통합불가를 고집하자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총무도 같은 처지에 있는 군산.순천을 슬그머니 끼워넣었다.

자민련은 인구 하한선이 현행(7만5천명)대로 유지되면서 협상주역인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총무의 지역구 서천이 살아났다.

반면 인구 수가 넘치거나 행정구역이 다른 5곳(속초-양양-고성-인제, 인천 중-동-옹진, 하남-광주, 오산-화성, 서귀포-남제주)은 분구(分區)되지 못했다.

◇ 인구기준 시점 변경〓1999년 12월말 인구를 기준으로 지역구를 나눴다가 슬그머니 같은해 9월로 기준 시점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인구 상한선에 미달돼 통합이 예정됐던 부산 남갑(李祥羲.한나라당).남을(金武星.한나라당)이 9월말 기준(30만1천명)을 적용하는 바람에 막판에 살아났다.

◇ 막판 변수 해운대-기장을〓기장 출신인 김동주(金東周.자민련)의원이 "인구 36만명을 웃도는 해운대를 분구시키지 않고 그중 일부를 내 지역구에 떼다붙인 것은 게리맨더링" 이라고 반발하는 바람에 15일로 예정됐던 본회의 통과가 무산했다.

해운대 일부가 떨어져나와 자신의 선거구에 합쳐질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항의하자 자민련 지도부가 뒤늦게 해운대의 분구를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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