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 배출권’ 사업의 최적지는 중남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중남미 지역은 자원이 풍부하고 구매력도 높은 것에 비하면 그동안 우리나라와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중남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 하나로 조림사업을 하기 위해 현지 땅을 사려는 우리 기업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산림자원을 확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 사업을 하기에도 최적지라는 판단이다.

◆해외 녹색기지 확보=해외에 숲을 만드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목재나 펄프를 얻기 위해 조림을 하는 것은 역사가 꽤 오래된 전통적 방식이다. 최근엔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바이오에탄올이나 산림 바이오매스 같은 대체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작물을 길러 여기서 나오는 목재나 열매를 얻는 것이어서 20∼30년간 땅을 빌리는 방식으로도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사업은 주로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토지를 직접 소유할 수는 없지만 기후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중남미 일부 국가는 산림 조성용 땅을 외국인이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권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우루과이의 국토 면적은 17만6000㎢로 한반도의 4분의 3 규모다. 열대 산림자원은 없지만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원 지대가 목축업의 쇠퇴에 따라 조림지로 바뀔 수 있는 곳이다. 파라과이는 올 상반기 조림 투자자에게 세제혜택까지 주는 법안을 만들 정도로 조림 투자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우루과이에서 2만의 산림을 조성할 예정인 포스코는 여기서 30년간 617만 CO2 톤의 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물론 이들 국가의 땅을 매입한다 해도 소유권 이외에 다른 권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국과 우리 법률이 다를 경우 그 나라 법이 적용된다. 외국인이 한국의 부동산을 사더라도 철저하게 국내법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땅을 사들이면 해당 토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당 국가의 정국 변화에 따라 영향을 덜 받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정부가 해외 조림 매입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것도 이런 점을 고려해서다. 지금까지는 묘목과 농약·인건비 등 숲을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만 지원해 왔다. 하지만 대규모 토지를 매입해 조림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산림청 관계자는 “초기 투자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의 자금 지원은 1970년대 농업이민 정책과는 다르다. 당시 인구분산과 식량 확보를 위해 정부가 직접 남미의 농장을 매입했다. 그러나 땅을 산 뒤에야 밀림에 둘러싸여 접근할 수 없는 데다 농업용수도 확보할 수 없는 황무지라는 사실이 드러나 사업을 접었다.

◆중남미 경제교류 확대=정부는 조림사업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페루와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조기에 매듭짓고 콜롬비아와의 FTA를 새로 추진할 방침이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투자보장과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협정도 체결해 나갈 예정이다.

자원과 에너지·녹색성장 분야의 협력도 확대된다. 조만간 브라질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자원협력위원회를 통해 베네수엘라·페루·콜롬비아와 유전·가스전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맺기로 했다.

중남미 은행들이 발행한 신용장에 중남미개발은행(IDB)이 보증을 서면 이를 국내 은행이 받아주기로 했다.  

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