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또‘장군멍군’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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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9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6일 미국산 자동차의 덤핑과 불공정 보조금 혐의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미국이 크라이슬러·제너럴모터스 등에 재정에서 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는 하루 전인 5일 미국이 중국산 강관에 최고 99%의 반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한 데 따른 보복조치로 풀이된다. 그동안 미국 철강업체들과 전미철강노조는 중국산 제품이 저가로 수입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관세 부과를 요구해왔다.

양국의 무역 갈등은 9월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대해 상계관세를 물리면서 촉발됐다.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 수입의 불공정 거래를 조사하겠다고 맞불을 놓았고, 분쟁 대상은 콩·영화·출판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확산됐다. 지난달 29일 미·중 통상무역위원회에서 양측 대표가 이런 무역 제재를 자제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은 봉합되는 듯싶더니 이달 들어 다시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9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올 3분기까지 58억4000만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불공정 거래 조사를 벌였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일곱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 야오젠 대변인은 “일부 국가가 경기침체로 환율 평가절하나, 보조금 지급 등 보호무역주의에 치중하고 있다”며 “금융위기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중국이 최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런 공세는 무엇보다 미국의 막대한 대중국 무역적자 때문이다. 2004년 7300억 달러였던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는 지난해 9200억 달러로 늘었다. 특히 지난해 대중국 무역적자는 전체 적자의 29%에 달하는 2700억 달러나 된다. 미국이 지금까지 줄곧 위안화 가치를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제조업계와 노조는 중국산 저가 수입품 때문에 제조업이 무너진다며 각종 수입 규제를 주장해왔다. 경기가 좋을 때는 무역수지를 줄일 동기가 적었지만, 지금처럼 미국 경제가 흔들리는 현실에선 정치적·경제적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는 15~18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방중 기간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무역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다.

인하대 정인교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은 “미국 민주당이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짙은 점을 감안하면 내년 집권 중반에 들어서면서 무역 분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양국이 정치·경제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타협을 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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