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회 프런트] 건강했던 일곱 살도 신종 플루로 … “우리 아이 괜찮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충북 옥천군보건소 간호사들이 9일 충북 옥천 삼양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신종 플루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옥천군보건소는 접종 일정을 이틀 앞당겨 이날 1~3학년 640명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옥천=연합뉴스]

탤런트 이광기씨의 아들(7)이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이씨의 아들이 평소 건강했던 것으로 전해져 건강과 상관없이 일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있는 것이다. 부모들은 예방백신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하지만 생후 6개월 미만은 접종 대상이 아니고, 생후 6개월~만 6세 영유아는 다음 달에나 접종이 가능하다. 특히 3세 미만은 임상시험 결과 항체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아 시험이 끝나야 접종을 받을 수 있다. 한 달여 동안 어린이들이 ‘복병’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초·중·고생에 대한 접종은 이번 주 시작하지만 750만 명이 모두 맞으려면 다음 달 중순까지 기다려야 한다.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9일 “영유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앞당기는 등 백신 접종의 공백기를 줄이기 위한 여러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이씨의 아들을 신종 플루에 의한 사망자로 집계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평소 건강했던 것으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신종 플루로 사망한 어린이 9명(이씨 아들 포함) 중 두 번째 비고위험군 사망자가 된다. 지난달 16일 숨진 7세 남아가 첫 번째다. 그러나 숨진 어린이는 2세 때 장애등급 6등급을 받은 뇌성마비 환자였다. 완전한 비고위험군 사망자로 보기는 힘들다.

신종 플루로 사망한 어린이 8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 증세를 보인 날과 숨진 일자를 분석해 본 결과 사망에 이르기 직전에 증세가 급격히 진행됐다. 이어 병원을 찾은 지 3~4일 만에 숨졌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를 투약받았으나 숨진 경우도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김우주(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플루 사망자와 중증 환자는 계절독감과 달리 바이러스가 기도(氣道) 위쪽(상기도)이 아닌 아래쪽(하기도)에서 발견되고 있다”며 “바이러스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폐렴 등으로 급속히 발전해 생명이 위험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신종 플루가 왜 특정한 사람에게만 급속하게 진행되는지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 뾰족한 대응방법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걱정만 할 필요는 없다. 의심증세가 있을 때 신속하게 처방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 전병율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성인은 물론 특히 어린이는 의심증세가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며 “절대 부모 판단으로 병원을 찾지 않거나 증세를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진 당분간 약(타미플루)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방받은 약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초·중·고교가 9일 접종을 시작했고, 11일 특수학교를 시작으로 16일부터 학생 접종이 본격화된다. 다음 달엔 영유아와 함께 임신부 접종이 시작된다.

탤런트 이광기씨의 미니홈페이지에는 9일까지 50만 명에 가까운 네티즌이 방문했다. 이들은 “아이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까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내 일처럼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며 위로의 글을 남겼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