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지방의료원 만든 김영찬 의정부병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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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공의료기관도 경영방법을 혁신하면 민간병원·대학병원 못지 않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 경영수지도 탄탄해 질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료원 김영찬(53·사진) 의정부병원장의 말이다. 김 원장은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가 5일 개최한 병원 경영혁신 실천대회 성격의‘6-시그마 최종 보고회’에서 최우수 기관상과, 과제별 심사에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상 중 대상과 동상을 각각 수상했다. 지역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며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의정부 병원을 흑자로 돌려놓은 공로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 김 원장은 ‘의정부발 공공병원 혁신의 주인공’으로 불린다.

대학 교수 출신으로 서울 강남에서 5년간 비뇨기과의원을 운영하면서 ‘남성 갱년기 질환 전문의’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지난해 5월 공모를 거쳐 의정부병원장에 부임했다. 그는 “개원을 하면서 환자 진료와 병원 경영에 자신이 생겼다”며 “거기서 얻은 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경영난에 빠진 지역 공공의료원을 회생시킴으로써 사회에 봉사하고 싶었다”고 병원장에 자원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맡은 의정부병원은 1954년 주한미군 1군단 병원으로 출발해 57년 경기도의료원에 인수된 뒤 그가 부임할 때까지 99년 한차례를 제외하고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신의료장비와 전문의료진을 확충하고 있는데도 경영성과는 그리 좋지 못했다.

“그동안 연세대·경희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 등에서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쌓은 연구·진료 경험에다 의원운영 경험, 그리고 만학으로 경영학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축적한 지식을 현장에 접목하려고 했습니다. 병원 인력들이 워낙 우수해서 마인드만 바꾸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임 뒤 그는 우선 ‘병원의 비전과 직원의 임무’를 제시하고 교육과 대화를 통해 경영혁신 마인드를 확산하는 데 주력했다. 그런 다음 의료 서비스 향상과 수익창출을 위한 방안을 하나하나 내놨다. 처음 내놓은 것이 주민건강검진 확대다. 종합병원급 시설을 활용해 관련 프로그램을 마현한 것이다. 게다가 가격도 민간병원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책정하자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올 한해 이 프로그램으로 1억3000여만원의 수익을 거둘 예정이다.

이어서 환자들의 만족감을 높이는 병원혁신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유지·주민들로 이뤄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지역민의 요구사항을 청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진료예약제를 비롯한 다양한 환자용 서비스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주차장을 환자에게 돌려주기 캠페인’도 벌였다.

올3월엔 가장 열악한 시설로 평가받던 응급실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갔다. 50일 동안 시설팀·안전요원 등 자체인력만으로 공사를 진행, 경비를 절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해 상반기 6억6000만원 적자이던 경영수지를 올해 같은 기간엔 79만원 흑자로 돌려놨다.

“ 경영혁신을 통해 병원 운영을 활성화해 적자를 없앨 수 있다면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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