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前항공우주硏소장 장근호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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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환갑을 한참 넘긴 나이의 전직 정부출연연구소장이 벤처창업에 뛰어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두달전 한국항공우주연구소장직을 퇴임한 장근호(63)박사.

'한국판 NASA' 로 발돋움하는 이 연구소 수장을 그만둔 그는 소장 재임 시절부터 틈틈히 준비해온 기술을 바탕삼아 최근 대덕단지내 한국기계연구원 창업보육센터에 자리를 잡았다.

"돈도 벌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기술자로서 뭔가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10평 남짓한 작업공간에서 그는 요즘 대출.창업 관계 서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장박사의 벤처 아이템은 자동차의 토크 측정 센서. "확인해보니 제 기술이 세계 처음이더군요. 국내외 자동차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는데 실용화 성공여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

토크 측정 센서는 자동차의 힘(구동력)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장치. 토크 센서가 작동될 경우 엔진에서 연료분사를 최적화시켜 연비도 높이고 공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장치는 기(旣)프로그램된 시나리오에 따라 작동되기 때문에 구동력을 정확히 계산해낼 수 없다.

"제 마음이 벤처기업에 달려드는 20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유한 기술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 중심인 벤처들과 약간 차이가 있지요. "

장박사는 퇴직금(3천백만원)을 다 쏟아부어도 창업자금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수조원대의 시장이 창출될 수도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필요하다면 납땜도 직접 할 것입니다. 후배 연구원이나 기술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

그는 넓고 화려했던 소장실보다는 좁고 지저분하더라도 자신의 꿈을 펼쳐보일 작업공간이 훨씬 마음 편히 느껴진다고 했다.

대덕단지〓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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