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저작권법 발효…명작들 정식출판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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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부터 새 저작권법이 발효되면서 외국의 유명 작품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새 저작권법은 95년 이전에 출간된 번역물들에 대한 저작권자의 보상청구권을 올해부터 보장해준다.

이에따라 저작권 계약없이 여기저기서 펴내오던 번역물의 설 자리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들을 대신해 제대로 저작권료를 낸, 비중있는 작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로 대형출판사들의 기획이다.

문학사상에서 새로 펴낸 헤밍웨이의 유작 '여명의 진실' (원제:True at First Light.권택영 옮김.9천5백원)은 만만찮은 저작권료를 지불한 작품이다.

국내에 팬이 많은 유명작가의 마지막 작품인데다 예술성도 뛰어나 미국에서 공개되자마자 계약을 했다.

헤밍웨이의 말년을 대표하는 대자연의 드라마를 담은 이 소설은 지난해 7월 그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아들 패트릭 헤밍웨이가 공개했다.

헤밍웨이의 문학적 영감을 상징하는 단어는 전쟁과 사냥이다.

전쟁은 삶의 전반부를 지배한 주제로서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에서 나타난다.

'여명의 진실' 은 '킬리만자로의 눈' 과 같이 아프리카에서의 사냥경험을 소재로 한 그의 후반기 역작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헤밍웨이 자신이고, 등장인물도 대부분 실제 인물들이라 '회고록 소설' 이랄 수 있으나, 대자연의 거친 체험을 생생하게 담았다는 점에서 '모험소설' 이랄 수도 있다.

권택영(경희대.영문학)교수는 "상실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헤밍웨이의 강인한 불패(不敗)정신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이점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서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 고 말한다.

헤밍웨이가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면, 마르케스는 라틴문학을 대표해 같은 상을 받은 작가다.

23년간 생각하고, 18개월에 걸쳐 써냈다는 대표작 '백년의 고독' (조구호 옮김.민음사.각권 7천5백원)은 라틴문학의 정수로 꼽힌다.

마르케스가 노벨상을 받으면서 국내에 여러차례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민음사에서 이번에 제대로 저작권료를 내고 독점계약해 스페인어 초판본을 처음으로 완역해 내놓았다.

마르케스는 이 작품에서 '부엔디아' 라는 가문의 6대에 걸친 가족사를 재미있는 비유와 풍부한 어휘로 풀어냈다.

이 소설에는 '마술적 사실주의' 라는 라틴 특유의 글쓰기 방식이 적용됐다.

사실과 환상.허구가 구분하기 어렵게 결합되면서 적절히 조화를 이뤄낸다.

마르케스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옛이야기, 인디오 신화와 전설을 현실과 함께 녹여 소설로 형상화했다.

'예언자' 로 널리 알려진 칼릴 지브란은 아랍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그의 책 역시 여러차례 나왔던 것인데, 이번에 한길사에서 '지브란 전집' 10권을 기획해 그중 3권(부러진 날개.방랑자.모래와 거품.이종욱 옮김.각권 7천원)을 먼저 냈다.

'부러진 날개' 는 몇 편 안되는 지브란의 소설중 가장 긴 작품. '사랑의 메신저' 라는 작가의 명성에 어울리게 지순한 사랑을 다룬 명상소설이다.

'방랑자' 는 52편의 우화를 묶은 우화집. '모래와 거품' 은 예지와 통찰력이 담긴 경구들을 조화롭게 연결해 한편의 긴 시처럼 엮어냈다.

아포리즘의 책이란 부제가 붙어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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