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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민들의 소리 들리지 않나" 與 "대중추수주의 극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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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가보안법을 일부 내용만 바꾸거나 그대로 둬야 한다는 여론이 82%인데 비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1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자 여야 정치권이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데도 밀어 붙이려 하느냐"며 국보법 폐지 논란에 불을 붙인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강도높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같은 여론 조사와 관계없이 노 대통령의 국보법 폐기 발언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김덕룡원내대표가 노무현대통령의 국보법 폐기 발언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7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김덕룡 원대 대표는 "盧대통령이 얼마나 민심을 거역하고 있는지 오늘 한 일간신문의 긴급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며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연이어 강조한 '국보법 존치론'이 82%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론이 이런데도 우리당은 일제히 대통령 뜻에 따르겠다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들의 귀엔 국민들의 소리는 들리지 않고 대통령의 교시만 들리느냐"고 했다. 김대표는 "대통령이 취임 선서에서 했듯이 헌법을 준수한다면 국보법 발언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상황이 변해서 국민 요구가 변했다'고 했는데 어떤 상황이 변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상황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국민의 80% 이상이 국보법 유지 혹은 개정에 찬성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민의 80% 이상은 국보법 유지나 개정에 찬성하는데도 방송은 일방적으로 폐지가 시대의 대세라는 주장이 나가 유감이다"며 "이러면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노빠 방송이 아니냐"고 말했다.

▶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기획자문위원회의에서 이부영의장과 참석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문제를 논의하다 신중론이 제기되자 무거운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전여옥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제 긴급 의총에서 내려진 결론을 수렴해서 당론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이와 관련 국보법 등 몇가지 정치현안을 다루기 위해 이규택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기존의 '헌법과 정체성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국가수호 비상대책위'로 명칭을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사 문제는 학술원 산하 현대사 연구소를 두고 포괄적이고 원칙적으로 다룰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우리당의 기획자문회의에서 이부영 의장은 "한반도에도 드디어 화해의 물결이 일어나고 데땅트의 시대로 넘어가는데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자기만을 지키기 위한 법적 기제 같은 것은 이제 먼저 정리하는 쪽에 체제 정당성이 더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호웅 의원은 국보법 폐지 논란을 1980년대의 통행금지 해제와 연관지었다. 그는 "언론들이 굉장한 방종, 무질서,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결국 순기능이 발휘됐다"며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전면 폐지는 반대한다는 수치가 나타나는데 이것이야말로 분위기와 대중추수주의를 극복하고 용기있게 미래를 위해 결단해야 할 시금석"이라고 말했다. 김태홍 의원은 "제가 90년대에 광주구청장을 했다. 당시 전남대 후문 네거리에 있는 구청 담을 헐었다. 공무원들이 학생들 데모하고, 사람들이 방뇨한다고 반대했다. 그런 일은 없었다. 국보법도 똑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영달 의원은 "더 이상 국보법 폐지 문제를 가지고 정쟁 대상으로 삼아선 안되고 일반 국민들은 국보법 내용에 대해 아직은 많이 모른다"며 "이 폐단에 대해 당이 앞서서 내용이 어떻게 돼 있고 왜 폐지 돼야 하는가를 계속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래 의원은 "전부 찬성론 일색인데 다른 견지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물론 이법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상당수가 지금 국보법 존재에 대해 긍정하고 그 효과를 인정하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을 설득하지 않고 우리당이 독주하는 형식으로 보안법 폐지 강행하다가는 국민 지지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6일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831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한 결과 보안법을 '일부 개정하거나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가 66%였다. '그대로 둬야 한다'는 의견은 16%,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14%였다.

박소영.김선하.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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