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상의 맛집풍경] '아저씨네 낙지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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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작은 식당이나 차려 먹고 살까?'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툭하면 던지는 말이다. 그러나 정작 식당을 열어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신촌로터리에서 동교동으로 가는 대로변 뒷골목에 위치한 '아저씨네 낙지찜' 에 가보면 흔치 않은 성공사례를 볼수 있다.

이곳 주인은 집에서 먹던 요리를 들고나와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유민수(45)씨가 식욕이 떨어진 아내를 위해 해주던 낙지찜. 메뉴라곤 달랑 이것 하나뿐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우선 식탁 구조가 독특하다. 고급 일식집처럼 다다미바닥을 파서 발이 저리지 않게 다리를 펴고 앉을 수 있다. 식탁 위엔 2개의 가스불이 놓여있다. 한쪽엔 콩나물과 미더덕을 넣고 빨갛게 익힌 낙지찜이 철판냄비에 담겨 올려지고 다른 한쪽엔 콩나물을 넣어 맑게 끓인 홍합탕이 놓인다.

낙지찜의 매운 맛은 무교동 낙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입안이 얼얼하고 코끝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 낙지는 씹을수록 연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끓일수록 맛이 진해지는 홍합탕은 매운 맛에 놀란 입안을 시원하게 달래준다. 홍합이 떨어지면 '종업원이 알아서 '다시 채워준다.

낙지찜을 먹고나면 철판냄비에 깻잎을 넣고 밥을 볶아주는데 남은 찜국물과 어우러진 맛이 매콤하고 고소하다. 낙지찜은 2만3천원(3인분 정도), 홍합탕은 무료, 공기밥은 1천원이다.

이 집에서는 여자손님을 특별히 모신다. 여자손님에게는 주인이 직접 만든 칵테일 한잔이 무료로 제공된다. 남자손님은 아무리 사정을 해도 안준다. 이것도 부족했는지 올들어서 아예 '남성입장금지' 를 선포했다. 대신 여자손님을 '모시고' 오면 받아준다. 깨끗한 화장실 등 여성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띈다.

좌석수는 1.2층에 모두 1백50여석. 오전 11시에 문을 열고 자정에 닫는다. 설날과 추석 당일 외에는 연중무휴. 예약은 받지 않는다. 주차공간은 4대뿐이나 주변 유료주차장에 10대의 공간을 더 확보해놓고 있다. 02-323-6665.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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