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관(官)만으론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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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관(官)만으론 안된다. " 경력 13년의 택시운전자 채광웅(蔡光雄.60)씨가 기자를 찾아와 한 얘기다.

서울 시내 2백여개 교차로의 물결같은 '파장 정체' 가 서울교통의 해결과제며 그 실태를 서울시.경찰청이 합동으로 일제 점검한다는 본지 보도(1월 6일자 23면)를 본 그가 "민(民)도 끼워 달라" 며 나타났다.

"2년전 IMF위기로 교통량이 대폭 줄었을 때 '현장여건과 동떨어진, 오히려 소통에 장애가 되는 교통시설.운영을 고쳐보자' 는 건의를 서울시.경찰청에 냈습니다. "

10여쪽 분량이었던 蔡씨의 정체 타개 아이디어 모음에 대한 당국의 답변은 그러나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였다.

그는 "이제 정체실태.원인을 전면조사한다니 시민.운전자도 끼워달라" 며, 무보수 현장조사 요원을 자원한다.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피부로 느끼는 시민.운전자를 당국은 거부할 이유가 없다.

외국출장이 잦다는 이병룡(李炳龍.54)씨는 E메일로 '일방통행제' 를 제안했다.

회전교통량을 없애 속도를 빠르게 하고, 교통사고도 줄이는 일방통행제는 외국에선 상식인데 왜 우리만 '도로〓양방향' 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느냐는 질책이다.

李씨 지적대로 일방통행제는 미국에선 1940년대에, 일본엔 1965년에 상륙했다.

뉴욕시의 경우 일방통행제로 '교통처리능력 19% 향상, 평균통행시간 37% 감소, 평균 차량정지수 60% 감소' 의 효과를 봤다는 자료가 있다.

서울엔 6월께 여의도 일원에 일방통행제가 생긴다. 기대효과는 평균속도 17% 향상, 총통행시간 6% 단축이다.

교통개발원은 수년전 서울도심을 일방통행로로 운영하면 '총운행시간 9% 감소, 운행속도 14% 향상, ' 도로용량 25% 증진, ' 교차로 용량 30~50% 증대' 교통사고 감소'' 등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강남 가로의 일방통행제도 전향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울산~포항간 산업도로(편도 2차선)를 하루 두번씩 왕복하는 대형유조차 운전자 박정호(朴政浩.37)씨는 지난 열다섯달 동안 19번 '차로 위반' 으로 적발됐다.

길은 역시 가까이 있다.돈을 쓰며 '전문가들에게 '설계용역을 해도 좋지만 피부로 느끼는 시민의 절실한 제안에 먼저 귀기울이자.

음성직 <수석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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