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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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白이 알짜 두곳 둔 동안 黑은 두곳에 공배

제9보(153~182)〓이창호9단과 대국하는 기사들은 대개 자기 실력보다 못두는 느낌을 준다. 중국의 일인자로 평소엔 여유가 넘치는 창하오9단이 전보에서 좌하의 늘어진 패에 집착한 이유도 '이창호 콤플렉스'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비극이지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해설자 홍태선7단은 거듭 말한다. 밝고 차분한 이 청년이 무엇에 씌었길래 이 음습하고 진득한 패에 집착한 것일까. 이 패를 하는 동안 백은 △의 두곳 요소를 두었다.

크고 환해 모두가 백만달러짜리다. 흑은 반대로 ▲의 곳 공배를 두번 두었다. 단 한집도 생기지 않는 진짜 공배다.

게다가 156마저 성립됐다. 李9단은 진작부터 이 수를 보아두었던 듯 불과 30초 만에 두었다. 비몽사몽의 창하오는 그러나 식은 땀을 흘리며 고심하다가 여기서 초읽기에 들어갔다.

156에 흑이 '참고도' 1로 잡으려드는 것은 8까지 간단히 안된다. 백의 수가 늘어나면 A의 절단이 대기하고 있어 늦출 수도 없다. 그리하여 159, 흑은 또한번 비극적인 공배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

160에서 李9단도 초읽기. 고전하던 전반에 시간을 너무 많이 쓴 탓이다.

그러나 지금은 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160은 좌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 그동안 본전을 몇배로 챙겼으니 아까울 게 하나도 없다. 좌상에 가일수하면 큰 집이 생긴다.

결국 흑은 161부터 이곳을 살리고자 갖은 고생을 하게 됐다. 무수히 공들인 좌하는 '가' 로 때리면 잡는 데도 보고도 못먹는 떡이 되고 만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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