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자식들 있다 … 진심으로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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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자식들이 있다.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

어린이를 포함해 400명 가까이 숨진 인질 사태 후 러시아 국영 방송이 인질범 중 한 명과의 짤막한 인터뷰를 내보냈다고 영국 BBC가 5일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발표에 따르면 30명이 넘는 인질범 중 3명이 생포됐는데,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이 남자는 그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손이 뒤로 묶인 채 겁에 질린 표정을 한 이 남자는 특공대원 두 명에게 이끌려 인터뷰 장소로 들어왔다. 희생자들에게 미안하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는 "알라에게 맹세코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기자가 인질들에게 총을 발사했느냐고 묻자 다시 알라의 이름을 들먹이며 "절대로 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추궁이 계속되자 "나는 어느 곳에서든 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어느 곳에서든 죽기 싫다"는 식의 두서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남자는 학교가 진압될 당시 인질들 틈에 섞여 도망치기 위해 턱수염을 밀어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인질범의 억양으로 미뤄볼 때 외국인이 아니라 그 지역(북오세티야) 사람인 것 같았다"고 보도했다. 이 남자의 신원과 인터뷰 장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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