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만 챙기는 시장지배는 민주주의 붕괴 가져올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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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베를린〓연합] '자본의 시대' , '혁명의 시대' 등 근대사 연구서들로 유명한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사진)은 시장 자본주의의 전면적인 지배는 민주주의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홉스봄은 슈피겔 최근호와의 회견에서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대한 승리감에 젖어 자신의 문제들을 외면함으로써 사회정의와 인간성의 구현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은 인간을 사적인 고객으로 취급하지만 민주주의는 공동체의 문제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공적 시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시장의 전면적 지배는 곧 민주주의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지난해 시애틀에서 세계무역기구(WTO)뉴라운드 출범을 둘러싸고 반대시위가 일어난 것처럼 21세기에는 일방적인 시장 지배에 대한 저항운동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20세기 중반에 역사상 최초로 '잉여의 시대' 가 미국과 서유럽 등 일부 국가에도래했다고 보는 홉스봄은 21세기에는 경제성장보다 재화의 사회적 재분배가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국과 빈국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 국제사회의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산업이 선진국에 편중됨에 따라 국가간의 빈부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홉스봄은 특히 21세기의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를 중국이 어떻게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느냐가 국제질서에 결정적인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제대로 조정되지 않을 경우 제3차 세계대전은 양국 사이에서 촉발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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