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에 띄운 꿈나무들의 새해 말말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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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통령 할아버지 전 중학교 2학년 학생인데요 할아버지 덕분에 IMF를 벗어나고 있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무원 월급 삭감은 좀 자제해 주세요. 아빠가 너무 힘들어 하세요' .

'국회의원 아저씨들은 왜 싸움만 하는지 모르겠어요. 서로 양보하고 격려해주며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면 좋을텐데요. 새해에는 모든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애써 주시기 바랍니다' .

청소년들이 바라는 새해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지난해 12월 31일부터 2000년 1월 1일까지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인간성추진운동협의회(인추협) 주관의 '새 천년 징의 탄생' 행사에서 청소년들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 앞으로 쓴 엽서가 3일부터 발송됐다.

행사에서 접수된 4천여통의 엽서 중에는 金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1천여통에 달해 가장 많았다.

청소년들은 金대통령에게 주로 경제위기 극복에 매진해 줄 것과 실업자.결식아동 등 소외계층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부탁했다.

이들은 또 '당파싸움은 그만 두고 서민들의 삶에 눈길을 돌려달라' 는 등의 따가운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김덕중(金德中)교육부장관 등 교육 관계자들에게도 8백여통의 엽서가 쏟아졌다.

여고 1년인 金모양은 '교육정책을 결정할 때 장관님의 자녀가 고3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 달라' 면서 '수행평가.수능시험 폐지 계획 등 일련의 조치들이 학생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못했다' 고 지적했다.

한 청소년은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에게 '새 천년에는 여야가 화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바람을 전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처럼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명예로운 일에 전념해 달라' 고 주문하는 10대도 있었다.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에게는 '머리염색 등으로 출연 정지를 받고 있는 가수들에 대한 규제를 하루 빨리 풀어달라' 는 애원이 담긴 메시지가 쇄도해 연예인들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보여줬다.

또 한 고교생은 최근 옷 로비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 부부에게 '아저씨.아줌마를 보며 많이 실망했어요. 올바르게 행동해 주세요' 라고 적었다.

'저희가 정말 미래의 주역이 맞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적어보낸 메시지를 잘 보시고 우리가 정말 날개를 펼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주세요' .

한 엽서에 적힌 문구에는 기성세대가 깨달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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