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당이 손 놓고 있는 건 무책임” 홍사덕 “이런 게 무슨 당정 협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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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표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이 손을 놓고 있는 건 무책임하다”며 내놓은 방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 대표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허심탄회하게 소통해 국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며 “집권 여당으로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 좋은 결실을 보는 것이 기본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로선 박근혜 전 대표의 원안 고수나 안상수 원내대표의 “정부가 대안을 내놓을 때까지 논쟁을 중단하자”는 주장을 모두 멀리한 셈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이후 “별도의 기구를 발족시켜 당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기구 내로 수렴해서 건강한 논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에서 이뤄지는 논의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격론이 벌어졌다. 친이·친박계 간 갈등도 노골화됐다. 당장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중진 의원들끼리 설전을 벌였다. 친박계인 홍사덕 의원은 정 총리의 로드맵 발표와 관련, “왜 이전에 당정 간 논의가 없었는가. 이런 게 무슨 당정 협조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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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의원은 양쪽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세종시 논란 와중에) 대통령은 총리 뒤에, 당은 정부 뒤에 숨는 데 그건 옳지 않다. 당당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를 두곤 “어느 법안이라도 그 법안이 잘못되면 개정할 권리는 국회에도, 정부에도 있다”며 “절대 불가의 원칙을 세우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여권에선 “정부의 안이 나오고 세종시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될 내년 1∼2월엔 지방선거 국면까지 겹쳐 여권 내에서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야당에선 이날 정 총리의 발표에 대해 “사실상 정부가 세종시를 백지화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정 총리의 제안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족기능이 부족한 도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걸 강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세종시) 포기 선언을 한 건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지금은 자족기능을 채우는 게 중요한데 무슨 민간기구 운운하느냐”며 “대통령과 총리가 세종시법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코끼리 발바닥 만지듯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완구 충남지사도 “실망스럽다” “당혹스럽다”는 표현을 쓰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고정애·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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