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96년 체첸-러시아 1차전쟁] 5천명 희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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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카프카스 유전지대에 위치한 체첸공화국이 러시아연방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은 91년 11월. 3년 후 러시아군은 '헌정질서 회복' 을 명분으로 체첸을 공격했다.

전쟁 개시 21일째인 94년 12월 31일 오전 체첸 정부군의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러시아군은 헬기와 대포를 동원해 그로즈니에 입성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3개월에 걸친 사투 끝에 95년 3월에야 그로즈니 도심 체첸 대통령 관저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이후에도 체첸군의 야간기습은 계속됐다.

95년 10월에는 러시아군의 카프카스 병력을 지휘하던 아나톨리 로마노프 장군이 폭탄공격으로 머리에 치명상을 입고 폐인이 됐다.

96년 8월 체첸군은 러시아군을 몰아내고 그로즈니를 되찾았다.

러시아군으로선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러시아군이 5천여명의 희생자를 내고도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치밀한 전투계획과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체첸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상당수가 전투경험은커녕 훈련조차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20세 전후의 젊은이들이었다.

반면 애국심과 투사적인 기질로 똘똘 뭉친 체첸인들은 러시아군에 두려움 없이 덤벼들었다.

또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요르단 등지에서 몰려온 이슬람 지원군들도 체첸에 큰 힘이 됐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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