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뒤집힌 옷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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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옷 로비 사건의 실체에 대해 특검팀의 수사 결과와는 정반대로 최종 판단함에 따라 옷 로비 사건을 놓고 또한번 파문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27일 이형자.영기 자매의 위증 혐의 고발을 의뢰하면서 국회 법사위에 보낸 첨부자료를 통해 그간의 수사 결과와 사건 성격에 대한 판단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검찰의 결론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가 이형자씨에게 1억원의 옷값 대납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李씨 자매와 鄭씨는 지난 6월 검찰 수사와 8월 국회 청문회, 10~12월 특검 수사에서 서로 "옷값 대납 요구를 받았다" "그런 사실이 없다" 고 맞서왔다.

특검은 李씨 자매의 진술을 신빙성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검찰은 "특검팀이 불합리하게 증거 채택을 했다" 고 정반대로 鄭씨의 주장이 신빙성있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판단의 근거까지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이형자씨가 사직동에서 조사받을 때는 지난해 12월 20, 21일 대납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가 검찰 수사 때는 12월 18일로 바꿨고 청문회에선 18일 대납 요구를 받았다고 새롭게 밝히는 등 날짜와 액수에 대한 진술을 마구 바꿔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李씨가 12월 18일로 날짜를 변경한 이유도 연정희(延貞姬.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씨가 하루 뒤인 19일 호피무늬 반코트를 구입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에 맞춰 하루 전날 전화를 받은 것처럼 진술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李씨가 라스포사에 올 때마다 延씨에 대해 험담을 해 두 사람 사이가 나쁜 것을 잘 알고 있는 鄭씨가 延씨의 옷값을 李씨에게 내라고 요구했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李씨측 주장대로 12월 18일 라스포사에서 장시간 머물렀다면 鄭씨가 그 시간에 대납 요구를 하지 굳이 전화로 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12월 18일 대납 요구를 거절당했다는 鄭씨가 19일 최순영 신동아그룹 회장의 회갑에 난 화분을 보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鄭씨의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李씨가 배정숙씨로부터 남편의 구속 방침을 전해들은 뒤 延씨의 옷 구입 내역을 부풀리고 자신이 산 수천만원대 밍크코트도 延씨가 구입한 것처럼 교회 관계자 등에게 헛소문을 냈다는 것이다.

이는 사직동팀이 이 사건을 '李씨측의 자작극' 으로 결론내렸던 것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런 판단은 특검팀의 수사 결과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검팀은 "鄭씨가 延씨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다섯차례에 걸쳐 옷값 대납을 요구했고 옷값 대납 요구가 인정되는 이상 李씨의 자작극으로 볼 수는 없다" 고 밝혔다.

특검팀은 그래서 鄭씨에 대해 세차례나 영장을 청구했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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