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수사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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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검 중수부가 27일 밤 강인덕(康仁德)전 통일원 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에 대해 전격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옷 로비 관련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당초에는 裵씨와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 라스포사 정일순(鄭日順)사장 등 국회가 위증 혐의로 고발해 온 3명 모두 불구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위증혐의로, 그것도 대검 중수부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전례는 없었다. 검찰이 허를 찌르고 나온 셈이다.

그뿐 아니다. 중수부는 28일 중 국회 법사위측에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와 동생 영기(英基)씨 등 2명을 위증혐의로 고발해 달라" 고 요청한다. 이는 李씨 자매를 사법처리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들이 자매관계인 점을 고려하면 언니인 이형자씨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후 검찰은 이르면 29일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延씨나 鄭사장은 과연 어떻게 처리될까. 현재 이들은 불구속으로 갈 것이란 전망이 높다. 延씨에 대해선 남편인 金전총장이 구속돼 있다는 점을, 라스포사 鄭사장은 이익을 남기는 게 최대목표인 상인(商人)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검찰이 裵.李씨만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한다면 당장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위증으로만 따지면 延씨와 鄭사장이 더 많이 한 게 아니냐" 는 지적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裵씨의 죄질이 가장 나쁘다고 판단하고 있다. 1년 동안 온 나라를 헤집어 놓은 옷 로비 사건은 裵씨가 신동아그룹 崔회장의 사법처리를 앞두고 중간에 끼어들어 브로커 역할을 하며 李.延씨를 상대로 농간을 벌였기 때문에 확산됐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또 李씨는 남편을 구명하기 위해 로비를 시도했으며, 나중에는 金전총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조직적인 음모를 꾸몄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이런 판단이 옷 로비 특검팀의 결론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鄭사장에 대해 세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鄭사장과 延씨에게 혐의를 더 뒀으며, 裵.李씨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한 입장이었다.

따라서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이 과연 이들에 대한 영장을 발부할지도 관심거리다. 만일 영장이 기각된다면 연말까지 옷 로비 수사를 마무리짓고 새 천년을 맞으려는 검찰의 행보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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