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제4회세계바둑]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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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깊이 두는 것은 욕심…버리는 것은 날카로움

제2보(23~27)〓 "무릇 집 취하기는 틈이 생기고 돌 잡기는 무리하다. 깊이 들어가는 것은 욕심이다. 돌이 달아나는 것은 비겁하다. 집을 취하지 않으면 견고하고 돌을 잡지 않으면 무욕하다. 돌을 버리는 것은 날카로움이다. …"

일본 막부시대의 명인이었던 조와(丈和)의 바둑론 중 한 구절인데 오늘날에도 새겨들을 말이 많다.우선 李9단이 둔 백△의 뛰어들기. 감히 이창호 바둑을 비판한다면 이 수는 위험한 수였다.

'가' 나 '나' 의 공격은 중앙으로 뛰어나가 쉽게 해결된다. '다' 의 들여다보기도 있어 오히려 우측 흑이 몰릴 수도 있다. 그러나 23, 25라는 무서운 공격이 있었다.이수를 단 3분 만에 찾아낸 창하오의 감각은 훌륭하다. 李9단은 순간 아찔했을 것이다.

'참고도1' 처럼 백이 직접 살려고 하는 것은 흑4의 강수로 잘 안된다. 궁해진 李9단은 28분의 피나는 고심 끝에 26으로 변신을 시도했다. 이때가 창하오로서는 좋은 기회였다.

'참고도2' 흑1로 두면 간명하다고 홍태선7단 등 검토진은 입을 모은다. 흑7까지 넘어두면 실리가 좋아 李9단이 싫어하는 구도. 보태준 백△두점이 백의 실패를 웅변한다.

창하오9단은 그러나 15분 만에 27에 두었고 이로써 국면은 난해한 길로 나가기 시작했다.28도 14분의 장고수. 여기서 흑의 다음 작전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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