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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체 지원금 ‘눈먼 돈’ 안 되게 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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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문화체육관광부가 3일 국고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보조금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일 감사원이 국고 보조금을 유용한 민간단체 임직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2006~2008년 정부 지원을 받은 민간단체 543곳에 대한 감사를 실시, 그중 16곳의 임직원 21명을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16개 단체 중 14곳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한국독립영화협의회·한국만화가협회 등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을 받는 곳이었다. 문화예술단체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에 올랐다.

이번 감사는 문화계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일각에서는 ‘표적 감사론’도 제기됐다. 진보 성향의 한국독립영화협의회 경우,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단체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문제시됐다는 식이다. 감사원은 이를 일축했다. 문제가 된 촛불시위 관련 단체의 경우 아예 감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고 했다.

어쨌든 이번 결과는 문화예술단체의 도덕성에 적잖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문화 콘텐트가 미래를 열어가는 자산임에 분명하지만 그 운영 시스템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음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특히 정부의 문화예술단체 지원에 대한 추후 관리 시스템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경우처럼 감사로 적발되기 전까지 보조금 사용 내역이나, 지원에 대한 성과 여부를 점검하는 엄밀한 장치가 없었다는 게 큰 문제로 지적됐다. 별 실적이 없어도 ‘퇴출’되지 않으니, 국민의 돈을 안이하게 쓰는 ‘책임 공백 상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이다.

신재민 문화부 차관도 최근 “각 문화단체의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해 후속 지원 여부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지원 단계부터 여러 단체가 고루 혜택 받는 관행에서 벗어나 수준 높은 콘텐트를 생산할 곳을 제대로 가려내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문화부가 다음 달 내놓을 개선책에는 여러 아이디어가 포함됐다. 국고 보조금 카드 결제, 집행 내역 온라인 감독, 보조금 일부 운영비 할당 등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예술의 최대 후원자는 국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속 대책은 문화계도 진작하고 돈의 투명성도 보장하는 쪽으로 모아지길 기대한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