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메아리] 여전한 입시 눈치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최근 지역 일부 중학교 진학담당교사들이 내년도 대구시내 실업계 신입생모집 원서접수에서 이중 지원을 유도해 말썽을 빚었다.

정원 초과 고교에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불합격이 예상되는 학생들의 원서를 미달학교에 다시 낸 것. 이 때문에 중학교 진학지도실은 마감 시간을 전후해 지원자수를 파악, 미달 학교를 찾아내고 학부모.학생의 동의를 얻느라 난리를 피웠다.

당초 미달학교에 지원, 합격이 확실했던 학생이 이중지원에 따른 정원 초과로 불합격자가 되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다.

대구시교육청은 진상조사를 하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입시 지도가 학생들의 적성보다는 입학 제일로 이뤄지고 있음을 확연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지역 대학의 특차모집때도 일부 대학에선 막판에 원서가 몰렸다.

곳곳에 설치된 컴퓨터나 인터넷을 통해 지원현황을 끝까지 지켜보다 지원율이 낮은 곳에 원서를 들이민 것이다.

20일 특차 원서를 마감했던 경산대 본관 입시창구.

오후 5시 마감시간을 두시간이나 넘긴 오후 7시15분쯤에야 접수가 끝났다.

전날까지 한산했던 창구가 마감 직전에야 한꺼번에 몰린 수험생들로 북적댄 것이다.

대구시내 고교의 한 교사는 "학부모.학생들이 무조건 대학에 입학만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지원할 곳을 접수창구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적성.전공을 고려한 입시지도를 제대로 할 수 없다" 고 토로했다.

또 소위 '일류' 대학 입학생이 많아야 명문학교가 된다는 생각때문에 학생 희망보다 특정대 입학생수를 늘리라는 학교측의 '압력' 도 입시 눈치 작전을 부추긴다는게 고3교사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미국 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우주 연구에 쓰이는 각종 장치등을 만드는 박영호(朴英虎)박사는 대학 진학때 당시 잘나가던 학과보다 앞을 내다보고 과를 선택한 끝에 세계적인 과학자가 됐다.

오는 대학입시 정시모집때 부터라도 입시창구의 막판 혼란과 눈치작전이 지역에선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안장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