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적십자·예비회담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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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일부터 시작된 북한과 일본의 적십자사회담과 국교정상화를 위한 외무성 국장급 예비회담이 22일 모두 끝났다.

그러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과 미사일 문제,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내년 1월 다시 예비회담을 갖기로 했다.

양측은 앞으로 한 두차례 더 예비회담을 가진 뒤 대사급 본회담을 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비회담과 적십자사회담은 상대방의 의중을 타진해본 '전초전' 이었다.

양측은 예비회담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일본의 식량지원 문제에 대해 팽팽히 맞섰지만 적십자사회담에서 공동발표문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양측 모두 명분을 살리면서 대화의 접점을 찾아낸 셈이다.

그러나 일본측은 회담의 성과보다 의견 대립을 애써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일본 내 보수진영의 대북 강경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측이 회담 과정에서 대표를 귀국시킬 것처럼 북한을 밀어붙여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북한 특유의 '벼랑끝 전술' 을 역으로 써먹은 것이다.

회담 결과로 미뤄 양측은 앞으로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을 둘러싼 물밑 줄다리기를 거듭할 전망이다.

일본측은 겉으론 '납치문제' 에 대한 북한의 성의가 없을 경우 식량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송 일본인 여성의 고향 방문이 예정된 내년 봄에 맞춰 약간의 식량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양측 관계는 순조로울 경우 예비회담 재개 -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 - 북송 일본인 여성 고향 방문 - 대사급 수교 본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북한은 대미 관계개선에 맞춰 대화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고, 내년 10월로 임기가 끝나는 일본 중의원의 해산문제도 변수다.

수교교섭을 위한 본회담까지는 넘어야할 고비가 한둘이 아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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