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뇌부 갈팡질팡] 오전 영장청구 분위기 …저녁 상황 돌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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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처리를 놓고 검찰 수뇌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朴전비서관이 21일 오전 세번째 소환될 때까지만 해도 늦어도 22일까지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朴전비서관의 사법처리를 강력히 요구하던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이 사표를 제출한 데다 수사팀도 격앙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녁 무렵부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오후 10시가 넘어 갑자기 "朴전비서관이 귀가할 가능성이 있다" 고 밝혔다.

그러다 30분쯤 뒤에는 "朴전비서관을 귀가시킨다.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증을 종합 검토하겠지만 아직 재소환 여부도 확정된 게 아니다" 고 말했다. 소환만 하면 사법처리를 자신하던 그동안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신광옥(辛光玉)중수부장은 이날 저녁 "朴전비서관이 공문서의 일부를 빼냈을 수는 있지만 파기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또 보고서를 축소 조작했다는 부분도 검사가 경찰이 올린 서류를 가감하듯이 일부 수정으로 볼 수도 있다" 며 朴전비서관의 축소.조작 의혹에서 발을 뺐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검찰총장의 직할인 대검 중수부가 벌인 수사 중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朴전비서관이 구속되든지 아니면 불구속되든지 어떠한 결정이 나오더라도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만일 불구속으로 결정이 나면 李기획관이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는 반발이 검찰조직 내에서 나올 수 있다. 朴전비서관을 옹호했던 측에선 반대로 "생사람 잡으려다 결국 구속이 안되니까 물러섰다" 며 반격할 가볕?있다.

사안의 민감함을 우려한 듯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이날 오전 주례 간부회의에서 다시 한번 입조심을 당부했다.朴총장은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진다.경거망동하지 말고 오해를 살 소지가 있는 발언을 삼가라" 고 주지시켰다.

朴전비서관 사법처리 여부는 이제 검찰 수뇌부의 '뜨거운 감자' 가 돼버렸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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