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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 고발된 천원장 사법처리 면할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 미행의혹 사건의 불똥이 결국 검찰로 튀었다.

검찰은 언론장악 문건, 대통령의 1만달러 수수 재수사 등 가뜩이나 '정쟁(政爭)성'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차에 또다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이 접수돼 몹시 곤혹스런 표정이다.

자연히 검찰은 무척 말을 아끼고 있다.

"고소.고발에 대한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 는 게 고작이다.

국가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와 야당의 '대표 저격수' 가 당사자라 어설프게 대처하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는 탓이다.

그래서 어느 쪽에서 날아올지 모를 화살을 피하기 위해 '원칙에 입각한 수사' 라는 모양새 갖추기에 애쓰고 있다.

사건은 서울지검 공안부나 형사부에 배당될 것으로 보인다.

죄명에 따라 국가보안법.집시법 위반 등 공안관련 사건은 공안부에, 명예훼손 사건 등 일반형법 관련 사안은 형사부에 배당하는 게 통례다.

이번은 국정원법 위반이어서 기준대로면 공안부에 배당될 확률이 높다.

다만 대공업무를 함께 수사해온 국정원.공안부간 특수관계로 인해 "공안부에 배당, 공연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 는 의견이 강하면 형사부가 될 수도 있다.

조사가 착수될 경우, 수사 자체가 표류할 것 같진 않다.

비보도 전제라지만 천용택(千容宅.그림)국정원장이 미행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설한 탓에 혐의 자체를 부인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행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이를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논란이 거세리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적시한 혐의는 국정원법 제3조 직무규정과 제9조 정치관여금지 위반. 정치인 사찰로 비춰질 수 있는 미행이 맞다면 국정원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직무규정 위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위반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단죄하긴 곤란하다.

정치관여금지 조항은 대상을 무척 좁게 잡고 있다.

▶정당.정치단체의 구성.가입▶특정 정당.정치인에 대한 찬양.비방▶정당기부금 모집 지원.방해▶선거운동 개입 등 네가지 행위와 다른 공무원에게 이같은 일을 시킨 경우만이 인정되고 있다.

정치인 미행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로 보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또 형법에서도 미행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는 형편이다.

결국 별도의 불법행위가 드러나지 않는 한 鄭의원에 대한 미행 행각이 밝혀지더라도 사법처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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