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61. 따블 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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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던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중 일부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가야 하는 군대. 이렇게 훈련소에 들어가 함께 훈련을 받으면 이들은 소위 '따블 백 동기'가 된다.

'따블 백' 하면 남자들은 바로 군대생각이 날 것이다. 훈련소에서부터 제대할 때까지 이동할 때마다 가지고 다니기 때문이다.

이 '따블 백'은 어디에서 온 말일까. 옷가지 등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 모두를 챙겨 넣고 다니는 이 자루가 한국인의 체형에 비해 너무 크다 보니 '따블 백, 더블 백'이라 하는데, 정확한 말은 '더플 백(Duffle bag)'이다. '더플'은 벨기에 북부 도시 더플에서 만드는 두껍고 거친 나사(羅紗)의 일종인 직물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잡다한 물건을 넣는 주머니를 가리키는 '잡낭(雜囊)'이 있지만 '더플 백'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하다. '군용 백'이라 하기에도 마땅치 않다. '따블 백, 더블 백'을 '더플 백'으로 정확하게 사용하기라도 하자.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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