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가 있어, 천안이 즐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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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우리캐피탈과의 연습경기에서 후인정 선수가 강스파이크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겨울철 실내스포츠의 꽃인 배구 시즌이 돌아왔다. ‘NH농협 2009-2010 V-리그’가 1일 남자부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내년 4월 중순까지 6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갔다. 현대캐피탈은 비록 시즌 개막전에서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지만 홈 팬들 앞에서 첫 승을 신고하며 ‘V3’를 향한 힘찬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시즌 MVP 박철우는 이날 경기에서 1~2세트에서 교체 출장한 뒤 3세트부터 주전으로 뛰어 13점을 꽂아 넣으며 ‘폭격기’의 위용을 과시했다. ‘특급용병’ 앤더슨 역시 20득점을 올리며 올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 2007~2008, 2008~2009 두 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에서 분루를 삼킨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올 시즌은 팀 전력이 평준화돼 경쟁이 치열하다”며 “우리 팀은 유일하게 외국인 선수와 재계약했다. (이미 팀원들과 손발을 맞춘)앤더슨의 전력을 극대화해 우승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주장 후인정은 “프로배구 최고 선수들로 구성된 우리 팀이 올 시즌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후인정은 “작년과 올해 선수 구성이 바뀌지 않고 분위기도 좋다”며 “부상 선수가 많다는 것이 걱정이긴 하지만 백업 선수들이 메워줄 것이다. 시즌 중·후반 선수들이 다 나으면 수월하게 경기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키플레이어로 지목된 용병 앤더슨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졌는데 올 시즌에는 지지 않겠다”며 “월드리그에서 미국 대표로 참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 경험으로 팀 우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의 가장 큰 강점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전력 누수가 없다는 것. 김호철 감독 밑에서 꾸준하게 호흡을 맞췄던 권영민·윤봉우·이선규 등의 기량이 절정에 올라 있다. 특히 선수 개개인의 포지션에 맞는 체계적 웨이트 훈련과 전력분석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층 탄탄한 팀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2년 만에 코트로 복귀한 장형기도 임시형과 함께 레프트 자리에서 공·수의 핵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철벽을 자랑하는 윤봉우-이선규-하경민으로 이어지는 센터진과 송인석-임시형-박철우-후인정으로 이어지는 막강 공격라인도 대포알 장전을 마쳤다. 노련한 세터 권영민과 리베로 오정록 역시 공격라인과 조화를 이루며 화려한 배구의 진수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중앙일보 천안아산 독자에게 보낸 사인.

절대 강자 없는 남자배구 ‘춘추전국’ ‘군웅할거’ 2009~2010시즌 남자배구를 전망하는 단어다. 어느 해보다도 전력이 평준화돼 코트의 절대 강자와 절대 약자를 예측하기 힘들다. 겨울리그의 시험대 격으로 열린 7~8월 부산 IBK기업은행 국제대회에서 삼성화재가 우승했지만 서로 물고 물려 전승을 거둔 팀이 없을 정도로 전력 차이가 줄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현대캐피탈은 2006-2007시즌 이후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꿈꾸고 있다. 관록과 조직력을 앞세운 삼성화재는 ‘특급용병’ 안젤코가 빠졌지만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플레이오프 벽을 넘지 못해 매년 거센 도전으로만 그쳤던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도 올해는 반드시 챔프전까지 진출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심상찮은 팀이 우리캐피탈이다. 월드리그에서 일취월장한 센터 신영석 등 신예들을 앞세운 우리캐피탈은 신생팀 돌풍을 넘어 판도 변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 뭐가 달라졌나 2위와 3위가 맞붙는 플레이오프는 지난 시즌 3전 2선승제에서 5전 3선승제로, 챔피언결정전은 5전 3선승제에서 7전 4선승제로 확대됐다. 이번 시즌은 서울 홈팀이 생겨 중립경기가 없어졌다. 올스타전은 내년 2월 7일 개최되고 시즌 종료 후 내년 4월 24~25일 한·일 챔피언 대결인 톱 매치가 열린다.

글=신진호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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