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소규모 초등학교 행정인력 감축에 수업 부실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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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남 천안시 북면 위례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김병란(金炳欄.27.여)교사는 1주일에 세네 차례씩 교실 칠판에 '자습 안내 메모' 를 쓴다.

金교사가 안내문을 쓰는 이유는 천안교육청에 출장 가서 공문서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이다.

2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金교사의 안내 메모에는 1~4교시까지 학생들이 자습해야 할 과목과 범위가 적혀 있다.

金교사가 출장을 가게 되면 학생들은 오전 수업은 하는둥 마는둥 하다 하교해야만 한다.

金교사가 출장을 자주 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행정일을 도맡아 하던 학교 직원 한명이 교육청의 인원 감축 방침에 따라 그만둔 뒤부터다.

행정 인력 감축으로 서무행정까지 맡게된 된 金교사는 수업보다는 잡무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金교사는 방과후 퇴근 때까지 거의 날마다 서무 일에 허비한다.

일거리를 들고 집에 가는 날도 허다하다.

이 학교 나머지 교사 5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1월 구조 조정 과정에서 보령 삽시도초등학교 등 도내 5학급 이하 29개 초등학교의 행정 인력 29명을 정리했다.

이 때문에 이들 학교 교사들은 그동안 행정 인력이 처리하던 각종 공문서 작성부터 학교 경비.봉급 계산 등 경리업무까지 나누어 맡았다.

일부 교사들은 또 1주일에 최소 1번 이상 출장을 가야 한다.

금산 N초등학교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학부모들이 행정 보조 요원이라도 배치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金교사는 "내용을 알지도 못하는 공문을 처리하기 위해 수업 중에도 자리를 비울 때가 많다" 며 "당연히 학습 준비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고 반문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행정 인력 감축으로 5학급 이하의 소규모 초등학교에는 행정 인력을 배치하지 못했다" 며 "현재 인력을 새로 채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돼 당분간 교사들의 불편이 계속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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