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왕세자비 임신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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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마사코(雅子.36.사진)왕세자비의 임신 여부를 둘러싸고 일본 열도가 혼돈에 빠졌다.

지난 10일 왕세자비가 나루히토(德仁.39)왕세자와 결혼 6년만에 임신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최초 보도했을 때만 해도 일본 전역은 축제의 도가니였다.

남아가 태어날 경우 왕위계승자가 되는 데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해여서 '밀레니엄 왕손' 이 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궁내청은 "아직 임신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왕세자비의 임신에 대해 대서특필했고,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대장상은 "드디어 염원이 실현됐다" 고 흥분했다 . 왕세자비의 임신은 기정사실화됐다.

들뜬 분위기는 13일 들어 급변했다.

이날 오후 늦게부터 2시간여 동안 초음파검사 등 정밀검사를 실시한 뒤 궁내청은 "의료진이 다양하게 검진했으나 임신을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임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고 발표했다.

오히려 임신이 안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다.

다만 궁내청은 "앞으로 시의(侍醫)와 상의해 추후 검사 시기를 정할 생각" 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왕세자비의 임신은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올라가는 효과를 가져올 것" 이라며 연일 왕세자비 임신 소식으로 들썩거리던 일본 언론들도 14일부터는 판단을 유보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로 왕세자비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한 왕실이 임신 발표를 다소 늦추는 것" 이라고 희망섞인 분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래저래 최종 결론은 조만간 이뤄질 2차 정밀검사 이후에나 내려질 전망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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