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조남홍 경총 부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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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재계가 정치활동을 선언한 이후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재계가 왜 갑자기 저렇게 강하게 나오나 하는 의구심도 들고요. 이번 발표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모든 노사 쟁점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그 속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게 순리입니다. 특히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은 시행이 2년이나 남아있습니다. 그런데도 노동계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대화가 아닌 정치공세로 해결하려 했고, 이에 일부 의원들이 의원입법을 추진하려 들었습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해졌습니다. 노사관계가 정치적으로 오염돼서는 안된다고 판단, 이렇게 나서게 된 것입니다. "

- 경제단체협의회에 설치하겠다는 '정치위원회' 는 언제 만들고 어떻게 운용할 계획입니까.

"오는 16일 열릴 경제단체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

- 정치위원회의 활동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요.

"재계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의원 후보를 내자는 것도 아니고요. 간접적으로 사용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노사문제와 관련된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분석.평가해 기업들에 소상히 알리고 판단케 하자는 것입니다."

- 재계를 옹호하는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정치권과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찮습니다. '정경유착 로비' 를 공개선언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과거에는 정치자금을 강요에 의해 내거나 개별기업의 이익을 위한 로비차원에서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것입니다.

후원금 지원 등의 방식이 될 겁니다. 의원들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소극적인 방법입니다. "

- '정치 활동' 까지 선언할 정도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무노동무임금 원칙은 시장경제의 기본이며 노동개혁의 핵심입니다. 특히 이 부분은 전체 근로자의 복지향상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노조간부에 대한 특혜는 사라져야 합니다. 지난 97년 법개정 때 재계는 복수노조.정치참여허용.3자개입 등을 노동계에 양보하고 전임자 규정을 얻어낸 것인데, 시행 한번 안해보고 고치자는 것은 이치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

- 여권에서는 솔직히 재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감정은 어떤 것입니까.

"노사문제에 관한 한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우리나라 정당들은 대부분 보수정당이라 개별 의원들의 성향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서 정치자금도 당 차원이 아니라 개별의원에 대해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

- 노동계 주장이 의원입법으로 처리되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겠다고 했는데….

"우선 일부 의원들이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파악했으므로 성급한 결론을 짓지 않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만약 의원입법으로 처리되면 노사정위원회는 존재 이유가 없어집니다. 노사정위에서 토론할 내용이 없는데 시간낭비해 무엇하겠습니까. "

- 노동계가 방침을 철회한다면 정치활동 선언을 포기할 겁니까.

"당연하지요. "

- 노사정위원회의 절충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절충안은 노사현실을 감안할 때 사문화(死文化)될 게 뻔하며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97년에도 그런 논의가 있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서 처벌조항을 넣은 것입니다. "

- 노동계가 주장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금삭감 없는 법정근로시간 단축은 초과근로수당 지출을 늘려 당장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것입니다. 다만 이 문제는 협상의 여지는 있습니다. "

- 내년 봄 노사협상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재계는 '지금이 문제' 라고 보고 있습니다. 환란 직전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습니다. 내년이 걱정입니다. 노동계는 총선을 이용,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강력한 압박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정부와 정치권도 '표' 를 의식해 노동계 달래기식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

-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서민층.근로자들은 거의 혜택을 못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주장만을 너무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재계도 빈부격차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경제단체들의 이번 성명도 궁극적인 목적은 나라경제가 잘 되자는 것이고 국제경쟁력을 강화시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자는 것이지요. "

<약력>

▶36년 충남 서천생

▶55년 경기중.고 졸업

▶62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73년 상공부 소비경제과장

▶83년 주EC 대표부 상무관

▶87년 특허청 기획관리관

▶89년 무역협회 워싱턴 사무소장

▶92년 무역협회 전무

▶94년 경총 상근부회장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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