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 말맞추기 끝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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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옷로비 내사 보고서 유출 경위에 대한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사직동팀 경찰관 4명이 잠적 4일째인 10일 대검 중수부에 출두했지만 이들이 보여준 그간의 행태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 소환을 피해 집단 휴가원을 내고 행적을 감추는 바람에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검찰 수사가 1주일 가까이 공전하는 등 법을 수호해야할 공직자들이 '공권력에 도전' 하는 듯한 양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청와대 하명 사건을 맡는 특수 수사기관 신분인 이들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진상규명을 지시한 마당에 잠적했다는 것은 또 다른 국가기관 기강 해이의 단면" 이라며 "이들이 검찰에서 진실을 말할지도 의문"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옷 로비 내사 당시 실무반장을 지낸 鄭모 경감을 비롯한 경찰관 4명은 지난 1일 검찰에서 간단한 기초 조사를 받고 돌아간 뒤 연차휴가.병가 등을 낸 뒤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검찰은 수차례 이들에게 출두를 종용했지만 이들이 참고인 신분이어서 출국금지조치만 취한 채 속수무책으로 기다렸다.

이들은 검찰이 사직동팀장인 최광식(崔光植)경찰청장 조사과장의 신병을 계속 풀어주지 않고 소환을 독촉하는 데다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10일 오후 출두했다.

그러나 법조 주변에선 이들의 거듭된 소환 불응이 최초 보고서 추정 문건의 작성 경위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 입을 맞추기 위해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은 잠적기간 중 함께 모여 특검 및 대검 출두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관계자는 "사직동팀 경찰관들은 팀장인 崔과장이 풀려나면 검찰에서 어떤 내용을 조사받았고 어디까지 진술했는지를 확인한 뒤 출두하려고 잠적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이들의 잠적배경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잠적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진실이 밝혀질 경우 궁지에 몰릴 수 있는 제3의 인물이 잠적 배후에 있을 가능성이다.

따라서 이들의 잠적동기와 배후, 잠적기간의 행태에 대해 검찰이 먼저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崔과장이 진술한 대로 최초 보고서를 만들어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보고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 중이다.

이를 위해 朴전비서관과의 대질신문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朴전비서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에게 문건을 만들어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시민감시국장은 "일반 시민도 아닌 국가 주요 수사기관의 공직자들이 검찰의 정당한 출두 요구를 회피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이라며 "사직동팀 관계자들은 검찰에서 수사 내막을 한 점 숨김없이 밝혀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욱.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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