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 "보고서 박주선씨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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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옷 로비 내사 결과 보고서 유출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부장 辛光玉검사장)는 10일 닷새째 소환에 불응하다 이날 오후 출두한 사직동팀 소속 경찰관 4명으로부터 최초 보고서를 작성해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이에 따라 검찰은 朴전비서관을 금명간 소환, 이들과 대질신문을 벌이기로 했으며 최초 보고서 유출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朴전비서관을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직동팀 경찰관들을 분리신문했으나 이들이 한결같이 최초 보고서를 작성해 朴전비서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며 "朴전비서관과의 대질신문이 불가피하다" 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에 앞서 소환된 최광식(崔光植)경찰청 조사과장도 동일한 진술을 계속함에 따라 일단 朴전비서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최초 보고서가 朴전비서관에게 전달됐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사직동팀 경찰관들은 검찰에서 "그동안 검찰소환에 불응한 것은 입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직전까지 상사였던 朴전비서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야 하는데 따른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었다" 며 "그러나 결국 모든 진실을 털어놓을 수밖에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출두하게 됐다" 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최초 보고서에는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옷을 외상으로 구입한 것으로 돼 있는데도 대통령에게 보고된 최종 보고서엔 이같은 내용이 없는 점을 중시, 朴전비서관의 지시 등에 따라 사직동팀이 조사내용을 일부 삭제했는지 여부에 대해 추궁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옷 로비 의혹사건에 대한 사직동팀 내사가 朴전비서관이 주장한 1월 15일이 아닌 1월 8일에 이미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조사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朴전비서관에게 보고하지 않고 최초 보고서를 김태정 전 검찰총장에게 전달한 뒤 책임을 朴전비서관에게 떠넘기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검찰은 이들이 그동안 출두를 거부한 데 제3의 인물이 개입했거나 잠적과정에서 검찰에서의 진술내용에 대해 미리 도상연습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한편 朴전비서관은 "부하 직원들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적이 결코 없다" 며 "언제든지 검찰에 당당하게 나가 조사받을 준비가 돼 있다" 고 말했다.

김종혁.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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