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정운찬 총리 “박 전 대표 만나 세종시 생각 듣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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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사진) 국무총리는 29일 세종시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정말 무엇을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 오찬 간담회에서다.

정 총리는 박 전 대표의 ‘원안+α(알파)’ 주장에 대한 질문에 작정한 듯 준비해온 글을 읽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특별법을 만든 주역으로서 마땅히 하실 수 있는 말씀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치의 요체가 신의와 약속이라는 점도 동의한다”며 “그러나 세종시는 정치적 신뢰 문제 이전에 막중한 국가적 대사라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표가 굉장한 식견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만나서 생각을 듣고 싶고, 제 생각이 정리돼 박 전 대표께 말씀드리면 상당히 동의하시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또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해 “적어도 예산이 늘면 늘었지 축소되진 않을 것을 약속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6~7%밖에 안 되는 도시 자족도를 올리도록 노력하겠다”며 “기업·연구소·학교 등이 들어오면 자족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 개정 여부에 대해선 “(수정안) 내용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겠나”라고만 말했다. 이날 정 총리는 10·28 재·보선 결과에 대해 “여당도 이기고 야당도 이긴 것 같다”며 “결과가 세종시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외고 폐지론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90년대 초반부터 고교 평준화에 비판적이었지만 외고·특목고 등 일부 학교만 학생 선발 권한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고교 입시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경청과 모색의 시간을 지냈다”며 “정책이 결정되고 난 후의 피드백(feed back)뿐 아니라 정책 결정 전에 미리 정책이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하는 피드 포워드(feed forward)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정책조정회의와 국무회의의 기능을 제고하는 게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정 총리는 30일 세종시 건설현장 방문을 검토 중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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