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아이베스터회장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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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내 살을 깎아야죠...” 세계 최대 음료사인 코카콜라의 더글라스 아이베스터 회장(52)은 6일 “내년 4월까지 사임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20년간 코카콜라에 몸담으면서 승승장구 승진가도를 달려온 그를 사임의 길로 이끈 것은 최근 잇따라 터진 불미스런 사태.

지난 4월 흑인 종업원에 대한 차별대우로 소송에 휩싸였고 6월에는 벨기에 등 유럽 일대에서 코카콜라를 마신 후 집단 복통증세를 호소하는 ‘이물질 소동’이 벌어졌다.가뜩이나 아시아 경제위기로 심각한 판매부진에 허덕이던 코카콜라사는 이 사태로 98년말 75달러이던 주가가 지난 10월 47달러선까지 폭락했다.

아이베스터 회장은 21세기 밀레니엄 시대에 코카콜라가 실추된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선 자신의 퇴임이 불가피하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는 이날 종업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수없이 번뇌한 끝에 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이 훌륭한 회사의 대표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지아대학 경영학과를 우등졸업 한 뒤 잠시 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아이베스터 회장은 지난 79년 코카콜라에 합류했다.이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뒤 97년10월 전임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회장의 사망이후 회장직에 올랐다.

시장전문가들은 아이베스터의 낙마에 대해 ‘이물질 소동’당시 지나치게 사과에 인색한 나머지 사태를 지연시킨 점과 돌발사태 발생시 ‘총대’를 메게 할 2인자를 두지 않었던 점을 ‘실책’으로 꼽고 있다.아이베스터 회장은 2인자 문제에 대해선 항상 “내게 ‘필터’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며 1인체제를 고수해 왔다.

한편 후임 회장으로 지명된 더글라스 다프트(56)수석부사장은 코카콜라에서 30년간 뼈가 굵은 국제통으로 대부분 아시아권에서 근무해왔다.메릴린치의 음료사업 분석가인 더글라스 레인은 “아이베스터의 퇴임은 이미지 변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평가하고 “아이베스터는 코카콜라의 가장 침체기에 총수를 맡은 불운한 경영자”라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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