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본 IMF 2년 성적표] 국내 경제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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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보통 위기를 맞으면 생산활동의 침체가 계속되다가 2분기 정도가 지난 후부터 고개를 들기 시작해 10개월이 되면 평상 신장세를 되찾는다. 한국은 거의 1년이 걸렸다. 위기 후의 생산위축이 과거 어느 나라보다 심했다. 내수기반이 붕괴돼서다.

98년 9월부터 본격화된 은행 구조조정.금리인하.경기부양책 등이 주효해 98년말에 생산활동의 침체가 바닥을 쳤다. 그 후는 모든 전문가들의 예측을 벗어난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

생산활동은 실업률에 그대로 반영됐다. 위기를 맞은 후 급속히 올라 올해 2월 8.6%로 정점에 이른 후 감소 추세로 반전돼 9월부터 5% 미만 수준이다.

국제비교에서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은 물가안정이었다. 보통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물가가 폭등하고 그것이 국내생산활동에 반영되면서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인플레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위기극복의 '성공사례' 로 꼽히는 멕시코의 경우 위기 후 물가상승률이 수개월 내에 50%로 뛰어올랐으며 1년 뒤에도 48%, 2년이 지나서도 25%가 넘었다.

한국은 위기 후 3개월 동안 소비자물가가 10% 가까이 치솟은 뒤 1년2개월 동안 계속 줄어들어 올해 2월에는 0.2%에 이르렀다. 지금도 1% 미만에 머물고 있다.

환율이 두 배 넘게 올랐는데도 이렇게 물가가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상상을 뛰어넘게 대폭 줄었기 때문이었다. 98년 소비와 투자의 위축은 각각 10%, 40%였다. 경기회복세의 확산으로 요즈음은 물가불안을 염려하고 있다.

위기가 터지면 증시가 한달 정도 더 폭락한 후 환율안정.생산.수출 등 실물경제의 재개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회복 추세를 보이게 마련이다. 평상수준을 회복하는데 1년이 걸린다. 한국은 1년반이 걸렸다. 외환위기에 금융경색의 지속, 대형부도 등의 요인이 겹쳐서다. 대우문제가 없었으면 시기적으로 올해 봄 평상수준을 되찾을 수도 있었다.

대우와 투신사 부실문제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지금은 위기 전 수준을 돌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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