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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 링의 전설들 제주 집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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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슈거 레이 레너드(53), 로베르토 듀란(58), 마빈 해글러(55), 토머스 헌스(51).

승패가 엇갈리는 ‘세기의 명승부’를 연출하며 1980년대의 복싱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전설의 복서들이다. 이들이 제주에 온다. 다음 달 1∼6일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에서 열리는 세계복싱평의회(WB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한국에서 처음 치러지는 이번 총회는 호세 슐레이만 WBC 회장 등 70여 개국에서 임원·선수·가족 등 1000여 명이 찾는 권투인의 축제다.

‘예술 복서’ 레너드는 유연한 몸놀림과 번개같은 잽으로 전 세계 권투 팬들의 사랑을 받았었다. 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프로로 전향한 그는 79년 웰터급을 시작으로 수퍼 미들급까지 5체급을 석권했다. 81년 말 헌스와의 주니어 미들급 방어전은 세계 스포츠 사상 최초로 한 경기 대전료 10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던 경기였다. 97년 재기전에서 KO패를 당한 뒤 링을 떠났다. 현재 미국에서 영화 ‘록키’의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과 함께 권투 프로모션 사업을 하고 있다.

‘파나마의 영웅’ 듀란은 ‘돌주먹’으로 유명했다. 라이트급부터 미들급까지 4체급 챔프에 올랐던 그는 당시 “복싱의 유일한 전설은 나 하나”라고 떠벌리기도 했다. 2002년 현역에서 물러났으며, 최근 파나마에서 앨범을 내고 가수로 데뷔했다. 천재 복서로 불렸던 해글러는 권투 해설가로 활동하며 종종 영화에도 등장하고 있다. 큰 키에서 내리찍는 스트레이트가 일품이었던 헌스는 대를 이어 복싱을 하는 아들의 트레이너로 활동 중이다.

세계챔피언을 지낸 국내 선수도 대거 합류한다. ‘4전5기’의 주인공 홍수환을 비롯해 한국권투위원회(KBC) 사무총장인 유명우 전 챔피언과 장정구·김태식·김철호·문성길·최용수·박찬희·지인진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내 복서 영웅도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총회 마지막 날인 6일 제주시 한라체육관 특설 링에선 프로복싱 8경기가 열린다. 레너드 등과 국내 전 챔프 10여 명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예정이다.

27일 제주에 도착한 슐레이만 회장은 “열정과 성공의 신화를 만들어 가는 복싱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침체 에서 벗어나 다시 활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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