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비서실장 인선배경] 삐걱대는 당-정에 '기름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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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3일 한광옥(韓光玉)국민회의 부총재를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의외면서 당연하다" 는 게 여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의외' 라는 측면은 韓실장이 지난 3월 서울 구로을 재선거 때 피곤한 금권선거 시비를 겪으면서 국회에 복귀한 지 8개월 만에 다시 금배지를 떼야하는 인사의 의외성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느낌은 잠시 뿐이었다. 언론 문건 파문의 장기화, 반전하는 옷 로비 축소수사 의혹 등 국정 표류의 분위기를 앞장서 수습할 수 있는 역량이 그에게 있는 만큼 비서실장 발탁은 '당연하다' 는 게 여권 내부의 평가다.

무엇보다 지금의 국정 난조 원인으로 지적되는 청와대와 여당간의 삐걱거리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적임자로 金대통령은 꼽았다는 것이다.

범(汎)동교동계 출신인 그는 국민회의 정서와 핵심 당직자들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고, 金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적절히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있다.

金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극복했고 사회도 안정을 이루고 있지만 정치가 국정의 발목을 잡아 국가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고 지적한 대로 정치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쪽에서 인물을 고른 것이다.

金대통령은 한때 재벌개혁의 경제관을 갖고 있는 김종인(金鍾仁)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염두에 두었지만 정국 표류 탓에 우선 순위를 바꾼 것이다.

'당정' 의 일사불란한 체체를 확립하려는 의미도 있다. 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을 통한 당정 협조의 틀이 韓실장의 등장으로 휠씬 강화된 셈이다.

한광옥 실장 체제의 우선 과제는 정국의 원상회복이다. 韓실장은 선거법 등 정치개혁 협상 때 국민회의를 측면에서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신당 창당 과정에서 영입인사와 국민회의 기존 인물의 갈등을 씻어주고 여권의 역량을 총선에 집결시키는 역할이다. 金대통령은 이와관련한 일정수준의 임무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의 합당 논의를 어떤 형태로든 매듭지어야 하는 난제도 그에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97년 대선 때 DJP연합을 막후에서 성사시킨 바 있다.

이같은 단기적 과제와 함께 그의 기용에는 총선 이후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포석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의 차이에서 오는 총선 이후의 리더십 문제와 이후의 정권 재창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고 말했다.

이는 金대통령의 친정(親政)체제 구축, 동교동계의 영향력 확대와 맞물려 있는 문제다.

바로 여권 내부의 권력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대목으로 'DJ 이후' 를 겨냥하는 차기 주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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