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클린턴 평양 공연 …'남북 문화교류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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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공연준비가 이뤄질 줄 몰랐다. 북한이 예상 외로 적극적이다. "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동생인 록가수 로저 클린턴의 평양 공연 추진 사실을 밝힌 정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공연 성사를 낙관했다. 북한측이 일찌감치 초청장을 보내온 데다 실무 협의도 순조롭기 때문이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북측에 제공될 청바지 3만벌과 미니 카세트 5천세트의 쓰임새. 염색을 한다지만 자본주의의 상징인 '블루진' 이 평양에 상륙하기 때문이다. 당국자들은 "어디에 쓸지는 단정할 수 없지만 김정일(金正日)이 청소년층에 선물용으로 사용하지 않겠느냐" 고 말했다.

정부는 로저 클린턴의 공연 성사를 반기는 표정이다.

지난 6월 베이징(北京) 차관급 회담 결렬 이후 남북 당국 대화의 뾰족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정부는 최근들어 문화협력 사업 쪽으로 대북 접근 전략을 바꿨다.

이에 따라 12월 중에만 모두 3건의 남북공연 외에 농구대회.금강산 자동차 경주 등 행사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지만 평양교예단의 남한 공연 무산 등 좋지 않은 조짐에 마음을 졸이던 참에 로저 클린턴의 참여로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정부는 일단 이 공연을 성사시킨 뒤 다음달 22일께로 잡힌 북한 농구단의 서울 방문 등으로 분위기를 잡아 새 천년을 맞는 내년 봄 당국 대화의 돌파구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북한측도 미국 대통령의 동생을 평양에 불러들임으로써 북.미관계의 개선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지난 95년 4월 평양 '국제 체육 및 문화축전' 에 로저 클린턴을 초청하려다 무산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공연이 성사될 경우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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