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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서실 개편 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일요일인 21일 청와대 관저에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을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

金실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에 정치에 뜻을 둔 수석들이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것 자체가 대통령님을 보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년 총선 출마를 결심한 사람들의 사의를 받아들여 주십시오." 金대통령은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전날까지 金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개편 시기와 관련, 정기국회 폐회(12월 18일) 직후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金실장을 만난 뒤 金대통령은 김한길 정책기획수석을 관저로 불렀다. 金대통령은 金수석이 들어오자 "金수석, (총선에 나가) 한 석을 가져오는 것보다 비서실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해요" 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발언은 옷 로비 사건 축소 수사 의혹.언론 문건 파문 등 국정 난맥상을 두고 청와대의 보좌기능이 미흡하다는 여론과 같은 맥락의 지적이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흐트러진 국정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여권 내부 정비가 불가피하다는 결심으로 비서실 개편을 당긴 것" 이라고 설명했다.

국정 혼선의 분위기가 지난 9월 말부터 계속돼 왔지만 金대통령은 金실장 체제를 유지해 왔다. 金실장과 김정길(金正吉)정무수석이 언제쯤 청와대를 떠나는 게 총선에 유리한지가 개편 시기를 고르는 우선 기준이었다.

그래서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과 신당이 창당되는 내년 1월을 놓고 저울질했다. 여기에는 金실장이 다음달 19일 마카오의 중국 반환식에 정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일정까지 감안됐다.

더구나 정국 상황의 돌파 수단으로 인사권을 쓰지 않는 金대통령의 국정관리 스타일 때문에 개편이 늦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었다.

청와대는 이번 진용 개편을 '총선 출마용' 으로 설명한다. 개편 대상도 총선에 나가는 金실장과 김정길 수석, 그리고 장성민(張誠珉)국정상황실장(2급 비서관) 세 명이다.

그렇지만 국정 표류를 수습하는 성격이 짙다. "金대통령으로선 국정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비판적 여론의 흐름을 차단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 이라고 국민회의 고위 당직자가 전했다. 더구나 보좌기능의 강화 필요성은 국민회의도 제기해 왔다.

동교동계 등 당직자들은 "청와대의 정무 쪽 국정관리 기능이 제 역할을 못한다" 는 불만을 표시해 왔다.

金실장의 퇴진이 확정된 2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金대통령은 "수석비서관실은 확실하게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 고 분발을 촉구했다.

金대통령은 비서실 개편을 계기로 단계적으로 여권 진용을 재편할 작정이다. 인사의 우선적 고려는 내년 4월 총선이며, 신당 창당의 스케줄과 맞물려 개각이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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