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련의 트렌드 파일] 새 생존 코드, 친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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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문에 밖에 나가기가 두려운 요즘, 문득 환경이 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님을 새삼 느낀다. 아토피 피부병으로 고통받는 어린 아이를 볼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제대로 먹고 제대로 사는 '웰빙'뿐만이 아니라 깨끗한 환경을 가꾸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당위가 아니라 현실이 됐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해, 또한 앞으로 후손을 위해 지구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로하스(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다. 미국인의 30% 이상은 환경을 생각하는 '로하스족'이라고 자신을 규정짓는다고 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프리우스'라는 기존 엔진과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내놓아 히트를 쳤다. 고유가시대 연료비를 절감한다는 효과도 있지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소였다. 최근에는 자동차회사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미래형 자동차로 인식하고 새로운 신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루이뷔통은 지금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아이치 엑스포에서 환경 수호에 대한 자사의 노력과 성과를 전시해 기업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섬유에 환경지수를 표시하도록 한다. 당연히 천연섬유를 선호하는 상류층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친환경적 건축 양식도 대세가 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 개관한 미국 시애틀의 'Seattle Central Library'는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Rem Koolhaas)가 설계한 작품으로, 하이테크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외관도 눈에 띄지만 더욱 관심을 끈 요인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특히 도서관의 바닥에 풀과 식물 문양의 카펫을 사용함으로써 친환경적인 미적 감각을 드러내 호평을 받았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외국에선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어항 겸용 세면대(사진)도 환경을 고려한 인테리어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을 보면서 얼굴을 씻는다고 생각해 보라. 이 용품은 예술과 환경은 결코 대립적인 것이 아님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은 층마다 가장 중심 위치에 대나무숲, 수족관과 같은 자연을 테마로 한 휴식처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이집트 사업가이자 철저한 환경주의자인 무늬르니으 마탈라가 만든 '아드레아멜랄' 호텔은 전기도 없고 가격도 2배나 높지만 관광객의 인기를 얻고 있다.

공기청정기가 모든 실내공간의 필수품이 된 요즘, 최고급 아파트의 척도는 실내 공기를 얼마나 잘 정화시켜 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한다. 목걸이용 공기청정기를 걸고 다니는 젊은이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환경은 우리 삶에 바짝 다가와 있다. 환경을 무시한 제품을 내놓는다는 건 곧 '퇴출'과 동의어임을 잊지 말아야 할 시대다.

㈜ 아이에프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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