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감, 실효성 있게 제도 개선 추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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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24일 종료된 국정감사는 또다시 아쉬움만 남겼다. 20일밖에 안 되는 기간에 478개 기관을 한꺼번에 감사하면서 의원들은 정치쟁점에만 매달려 호통만 쳤고, 정부는 자료 제출도 답변도 성실하지 못했다. 이런 식의 국감을 연례행사로 치러야 하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국감을 재도입한 지 22년이 됐지만 의원들의 태도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발로 뛰어 자료를 수집하지는 않고 정부 자료에만 의존하다 보니 신선한 문제 제기가 나오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자료 부실 탓만 하니 답답하다는 얘기다. 당 지도부도 28일로 다가온 재·보궐선거운동에만 매달려 국감은 정쟁의 수단으로만 활용됐다.

피감기관의 언행은 더욱 가관이었다. 부실 자료 제출은 단골 메뉴였다. 국감 30분 전에 A4용지 16개 박스 분량을 제출해 검토를 불가능하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답변도 “잘못된 실수 하나가 개밥에 도토리처럼 발생했을 뿐”(이만의 환경부 장관), “그런 것을 내가 어떻게 대답하느냐”(권태신 국무총리실장)라며 언성을 높였다. “나중에 사장 한번 해봐라”(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고 답변을 피하는가 하면 어떤 부처의 국장은 의원 보좌진의 자료 보완 요구에 “너무 파헤치면 다친다”고 협박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런 오만한 언행에 대해서는 여당부터 나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의 권위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더군다나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방자한 답변은 국회의 권위뿐 아니라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현행 국감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여야에 상당한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시 국감 등은 도입할 만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일단 벼락치기 국감은 피할 수 있다. 정부 관리들이 일제히 국회에 몰려가 행정부가 일시 마비되는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원들이 무리하게 자료를 요구하거나 정부가 어떻게든 자료 제출을 거부하려는 잘못된 관행도 사라지게 보완해야 한다. 22년간의 국감을 철저히 반성해 실질적인 국정감사가 이뤄질 수 있게 개선책을 강구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