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 협상 합의안 수용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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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란이 2차 핵 협상 합의문 초안을 거부했다고 AP가 23일 보도했다. 이란과 프랑스·러시아·미국 대표단은 지난 21일 오스트리아 빈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에서 열린 2차 핵 협상에서 합의문 초안 마련에 합의했다.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농축 우라늄의 75%를 올해 안에 외국으로 보내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은 이 초안에 대한 각국 정부의 승인 마감시한이었다. 초안 수용 의사를 밝힌 러시아와 미국·프랑스 정부의 기대가 무색하게 이란은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란 국영TV는 이날 “이란은 2차 핵 협상 합의문 초안을 받아들이기보다는 연구용 원자로에 필요한 핵 원료를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이란 국영 TV의 보도가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란의 공식 반응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란이 1일 제네바 회담에서 자국이 보유한 우라늄을 제3국으로 보내 처리하는 서방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협상은 진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란이 보유한 3.5%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수출하고, 러시아가 이를 연구용 원자로에 사용할 수 있는 19.75%로 농축해 되돌려 주는 것이다.

러시아가 재농축한 우라늄을 연료봉으로 만드는 작업은 프랑스가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21일 2차 협상에서 이란이 보유한 농축 우라늄의 75%를 외국으로 보내는 내용의 2차 핵 협상 초안을 마련하면서 커졌다.

알려진 초안 내용에 따르면 이란이 보유한 1500㎏의 우라늄 대부분을 해외로 보낼 경우 사실상 핵무기를 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만드는 데는 1000㎏ 이상의 저농축 우라늄이 필요하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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