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프리즘] 민심외면 정치권 호되게 질타, 연예인 대입선발 비판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텔미 썸딩(Tell me something)!" 한 형사가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 한국영화가 지난주 말 개봉됐다 "단서를 말해달라" 며 추적하는 과정에서 숨막히는 반전이 전개돼서 그런지 관객이 꽤 많다.

지난 한 주 국회와 검찰에서도 또 한편의 '텔미 썸딩' 이 연출됐다. '하드디스크의 삭제된 파일을 복구하라' '1만달러의 행방은…' 등 긴박한 사건들의 해법을 놓고 여야 정쟁은 끊일 날이 없었다.

그러나 영화관에 몰려든 관중과 달리 정치판 텔미 썸딩 상영관엔 파리만 날리는 듯하다.

수주간 벌어진 문건공방에 식상해진 독자들은 다음달 18일 끝나는 정기국회 회기까지 산적한 민생법안 처리에 오히려 걱정이 앞섰다(38건). 조병만(전남 장성군 장성읍 영천리)씨는 "정치인들이 싸움만 하는 사이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민심은 멀어져만 가는데 정파싸움만 계속하다니 한심할 뿐" 이라며 비난했다.

대학 수능시험이 가까워지면서 고3학생들의 고민 섞인 글들도 있었다(5건). 자신을 고3 수험생이라고 밝힌 한 독자는 "인천 호프집 화재사고 이후 '청소년이 갈 곳이 없다' 고 떠들어대지만 그것들은 모두 어른들의 말 잔치일 뿐 진지하게 대안을 강구하는 모습은 보지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대학입학이 10대들의 지상 최대 목표인 만큼 최근 연예인 대학 입학에 대한 울분도 많았다(10건). "춤 잘 추고 노래 잘한다고 대학에 쉽게 들어간다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무엇인가.

연예인이 돼 대학 가는 게 공부해서 가는 것보다 더 빠를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이 든다" (PC통신 천리안 독자.LYJ0827)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이 대학에 가서 과연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관하는 등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겠는가. 대학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인해 선의의 학생이 피해를 보고 있다" 며 대학 당국을 비난하는 의견도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본분' 은 무엇인가. 국민을 무시한 채 이기적인 정쟁만을 계속하는 국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대학 당국을 보고 있자니 이런 의문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박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