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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격표시·가격파괴거리 계속 즐어…음식값인상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음식점 앞에 가격 표시가 있어 참 좋았는데…" 대구시 수성구 상동에 사는 주부 김미희(33)씨는 요즘 가족들과 외식을 하려 해도 음식값에 무척 신경이 쓰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식당 앞 가격표를 보고 외식값을 아꼈는데 요즘은 그게 잘 안되기 때문. 金씨는 "점포밖에 가격을 표시한 음식점이 갈수록 줄어 들어 아쉽다" 고 말했다.

대구시가 작년부터 경제난 속 물가 안정을 위해 추진, 상당한 성과를 거둔 음식점 '옥외가격표시제' 와 '가격파괴 시범거리제' 가 흔들거려 대구지역 물가 상승 우려를 낳고 있다.

11일 달서구 두류동 두류네거리 옆 음식점 밀집지역. 최근까지 가격표시제에 앞장섰던 업소 대부분이 이를 외면, 현재 2~3개 업소에만 가격표가 붙어있다. 구별로 2~4군데씩 정해 놓은 가격파괴 거리도 '가격 파괴' 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가격파괴 거리의 상당수 음식점들이 값을 5백~1천원씩 올려 받기 시작했다. 중구의 가격파괴 거리에도 가격표를 붙인 식당은 보기 드물다.

이 곳의 한 식당 주인은 "지난해 음식값은 비정상적일 정도로 싸 마냥 그대로 받을 수는 없는 형편" 이라며 "음식값을 써놓기가 어려워 졌다" 고 말했다. 다른 물가가 대부분 오르는 마당에 음식값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음식값이 오름세를 보여 물가단속반을 구성, 행정지도에 나서기로 했다" 고 밝혔다.

시는 개인서비스요금 인상이 다른 물가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고 보고 업주와 음식업협회를 통해 자율적인 가격표시제 준수를 유도하고, 가격파괴 시범거리에 대한 행정지도도 강화하기로 했다.

음식점들이 식당 앞에 음식값을 표시하는 옥외가격표시제와 박리다매(薄利多賣)를 지향하는 가격파괴 시범거리제는 그동안 대구 물가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제도에 힘입어 지난 연말대비 올해 10월말의 대구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국 6대 도시 가운데 최저인 1.4%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1.7% 보다는 크게 낮은 상승률이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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