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대사면 구상 "총선용" 논란 소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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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이 '밀레니엄 사면' 구상을 내놓았다.

대대적인 사면을 통해 국민화합을 다지겠다는 것이 여권이 내세운 명분이다.

이를 위해 부정부패와 관련없는 공무원의 징계기록 말소와 운전면허 취소자 등에 대한 면허 재발급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여권은 특히 경제사범 사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불어닥친 연쇄부도와 대량실직 바람으로 양산된 경제사범들과 생계형 범죄자들을 구제하지 않고선 깊어지고 있는 계층간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물론 경제사범의 상당수가 중소 상공인과 영세업자들도 여권의 전통적 지지세력이라는 점에서 '총선용' 이란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경제사범 구제의 필요성은 이미 지난 8.15특사에 임박해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정치권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사기나 고의로 부도를 낸 사범들이나 재산을 빼돌린 기업주를 제외하고, 선의의 경제사범을 가리는 작업이 워낙 방대해 연말 '밀레니엄 사면' 으로 미뤄졌다.

이 결과로 시중엔 연말 대사면설이 파다했고 여당 지구당엔 경제사범 사면과 관련된 민원들이 쇄도했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외환위기가 닥친 97년 9월부터 올 8월까지 발생한 경제사범은 대략 31만4천여명으로, 이중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자가 절반 이상인 17만여명에 달한다.

국민회의는 크게 두 갈래로 사면방안을 준비중이다. 하나는 수감중인 기업주나 부수법 위반 사범들을 풀어주거나 수배를 해제해 주는 것. 이미 법무부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IMF사태 이후 은행 등에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거래 리스트에 올라 은행대출 등 금융거래를 일절 하지 못하는 '금융전과자' 들에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용사면' 이다.

현재 금융기관 신용불량자는 기업 13만개, 개인 2백30만명. 그러나 은행연합회측에선 '신용사면' 에 대해 "신용질서 정착에 해롭다" 며 "차라리 채무를 탕감해 준 뒤 신용불량자에서 빼주는 것이 낫다" 고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같은 여권의 '선심' 정책을 국민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가 관심이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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