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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군 조화된 국방부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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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방부가 스스로 '문민화'의 기치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소리도 점점 요란해지는 것 같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최근 국방부의 문민화를 위해 국.실장급 현역 장성들을 2006년 말까지 모두 민간인으로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윤 장관은 또 지난달 30일 국방부 차관 이.취임식 인사말에서 "국방부의 문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명제"라며 "사회적 변화 추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국방부의 수단과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변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에 이의를 달거나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군도 그간 국방개혁 및 군사혁신의 일환으로 군의 정보화.과학화, 육.해.공 3군의 균형발전, 국방 관리.운영체제의 혁신적 개선, 국방 인력의 전문화와 정예화 등을 통한 '선진 정예국군'으로의 발전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 이를 위해 군 전문요원 양성, 민간 전문인력 확대, 기업 경영방식 도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적극 추진해 온 것으로 안다.

문제는 지금 윤 장관이 주창하는 문민화 또는 '군의 문민통제' 개념이 선진 정예국군을 지향하는 '국방 인력의 전문화와 정예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인지, 또 현역 군인을 민간인으로 교체하면 문민화의 취지와 목적이 달성되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특히 진정한 국방 문민화를 위해서는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변화돼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문민화의 의미와 관련해 윤 장관은 "진정한 국방부의 문민화는 정치.경제.외교.사회 등 제 분야를 군형 있게 인식하는 통찰력과 전문성을 갖고 국방정책을 추진할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6년까지 국.실장급 간부를 모두 민간인으로 보임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윤 장관이 뜻하는 바가 민간인은 그런 균형 있는 통찰력과 전문성이 있고, 현역 군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식의 발상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국방부의 문민화에서 어떤 단기적인 시한성(時限性)을 갖고 현역 군인을 모두 민간인으로 교체한다는 식의 발상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8월 11일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관과의 오찬에서 "국방부 문민화는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라고 말한 의미를 잘 새겨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문민화의 방법에 관한 문제다. 사회의 변화와 발전이 국방업무의 변화와 발전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회 모든 영역이 다양화.세분화.전문화될 때 국방업무도 분야별로 전문화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민간 전문인력의 국방 인력화는 윤 장관 말대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명제"며 자연스러운 추세다. 민.군 관계발전 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민화의 근본취지와 목적이 국방 인력의 전문화와 정예화를 위한 것이지 단순히 군인을 민간인으로 교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간 군이 양성한 수많은 석.박사급 군 전문인력과 민간 전문인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활용되고, 이들의 전문성을 계속 발전시켜 정예화하며, 또 이들 정예화된 전문인력을 점차 확대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관상 현역 군인을 모두 민간인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문민화를 강행한다면 이는 눈앞의 가시적.정치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국방인력의 전문화와 정예화와는 거리가 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끝으로, 국방 문민화는 자연스러운 시대적 추세임을 감안해 가급적 조용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 안보환경도 과거보다 나아진 게 아니다. 남북 군사대치 상황에서, 한.미 군사동맹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문민화의 요란한 소리보다 '민.군 조화형'의 내실 있는 국방개혁과 군사혁신이 필요한 것 같다. 이웃의 일본 방위청은 지금 지난 반세기 동안 지켜온 문민우위 체제인 민간인에 의한 장관보좌 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어 우리 국방부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눈여겨볼 일이다.

박용옥 한림대 교수.전 국방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