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재일기] 강원관광엑스포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쇼핑도 관광이다." 지난 9월11일 속초에서 개막된 강원국제관광엑스포의 국제관 일부 부스가 관광정보를 제공이라는 엑스포 본래의 목적보다는 상품 판매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그동안 표명했던 입장이다.

金지사는 행사기간중 몇차례의 기자 간담회에서 "관광엑스포가 기념품을 판매하는 시장처럼 운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는 지적에 대해 관광학과 교수의 견해까지 곁들여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金지사의 이같은 입장은 엑스포가 끝난후에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 여행을 가면 관광과 함께 그 나라 기념품을 구입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인데, 외국에 가지 않고도 엑스포장에서 그 나라의 기념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시각이었다.

그러나 金지사의 이런 입장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국제관 부스에서 판매된 상품 일부가 남대문시장 등에서 조달된 상품임이 한 언론사의 취재로 밝혀진 것이다.

더구나 영국관에서 판매된 버버리 머플러, 프랑스관에서 판매된 사넬 스카프등은 가짜였으며 진주목걸이 등 기념품은 남대문시장 가격보다 10배 정도까지 비싸게 판매된 사실이 밝혀졌다.

60개국 78개 지방정부가 관광엑스포에 참여했다는 강원도의 주장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조직위가 직접 접촉한 40개 이외 38개 국제관 부스는 해당 지방정부가 참가해 직접 꾸민 것이 아니라 개인업체 알선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강원도는 8일 오후 이를 해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심재엽(沈在曄)조직위 사무총장은 "보도의 진위를 떠나 강원도민들에게 죄송하다" 며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입면장이 있으며 38개 부스도 해당 지방정부 및 관광청이 대표성을 인정한 업체 등이 꾸몄다" 고 해명했다.

도는 이와함께 상품의 가짜성 여부 등을 추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 사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의 이같은 해명과 조치에도 성공적인 엑스포를 위해 엑스포장을 찾았던 70만명의 도민을 포함해 2백만명의 입장객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엑스포를 통해 강원도가 '한국관광의 1번지' 로 자리매김했다고 자신하는 강원도의 생각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춘천〓이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