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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들고 돌아오는 김건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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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김건모가 이달 중순 여섯번째 음반을 발표한다. 풍부한 소울적 감성, 새소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으로 90년대를 풍미한 그에 대해서 사람들은 독특한 울림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이제는 무혐의로 판명났지만 탈세사건에 휘말려 은둔에 가까운 휴식에 들어갔었다.

"휴식기간 중 한 반년동안 노래를 전혀 부르지 않았어요. 마치 플러그를 뽑아버린 TV처럼 잠잠하게 지냈죠. 류시화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을 뒤적이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정말 편하게 시간을 보냈어요. 그런지 반년 만에 한번 노래를 불러봤죠. 톤이 한결 굵어져 있었어요. 키(음정)도 조금 가라앉혀 부르게됐고…"

새 음반에는 그렇게 달라진 김건모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몇몇 곡들, 이를테면 '세이 굿바이' 같은 곡에서는 부드럽게 속삭이다가 일순간 맛깔스런 소울로 바뀌는 특유의 음성이 살아 있다. 그러나 '사랑' '하룻밤의 꿈' 등 많은 곡에서 그의 목소리는 채도가 좀 더 짙어지고 폭이 두터워졌다.

여기엔 '스피드' 시절까지 보여준 폭발적인 젊음은 없다. 또 2년 전 성인 음악풍으로 내놓았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와도 다른, 세월의 흐름이 드리워져 있다. 피아노를 치며 홀로 부르는 '야상곡' 같은 곡에서 그 느낌이 잘 드러난다.

그는 30대 가수의 최선두로 성인음악을 책임져야한다는 '명분' 을 부담스러워 했다. "주변의 말에는 신경쓰지 않아요. 그냥 편하게 내 음악을 할 뿐이죠. 이번 음반이 성공하면 그건 운 때문일 거예요. " 그의 '겸손' 처럼 이번 음반에는 '성인음악의 대표주자' 식의 작가의식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어깨에 힘을 빼고 목소리 하나만으로 느낌을 전하려는, 관록있는 가수다운 노력이 느껴질 뿐이다. 과거의 화려하고 화끈한 맛 대신 자연스러움을 지향한 음색은 옛 목소리에 익숙한 팬들에게 낯설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음반 구성과 장르 선택은 김건모답다. 보통 빠르기의 춤곡부터 디스코 시대로 돌아간 듯 복고적인 소울풍 노래까지 그가 평소 좋아하는 메뉴들이 골고루 배치됐다.

이미 3집부터 그랬지만 이번 음반에서도 수록곡 14곡중 3분의 1쯤을 자작곡으로 했고 나머지는 친한 친구들의 곡으로 채웠다.

'괜찮아요' 를 지어준 박진영은 노래 중간에 래퍼로 참여했다.

역시 절친한 친구인 이문세도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한 노래에서 듀오로 노래를 부른다. 또 디스코풍의 세련된 곡 '부메랑' 에서는 스티비 원더와 휘트니 휴스턴의 프로듀서인 웨인 린지가 편곡을, 그룹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가 브라스 연주를 맡아줬다.

원더의 열렬한 팬인 김건모는 이 노래에 아끼는 후배이자 힙합 스타인 드렁큰 타이거의 랩을 삽입시키면 좋겠다고 말하며 싱긋 웃는다.

"새 음반을 준비하면서 옛날에 발표했던 음반 다섯 장을 모두 들어봤어요. 초기 음반엔 목소리가 가늘고 고음역이 많았는데 갈수록 소리 두께가 굵어지더라구요. 그게 좋아요. 마흔쯤 됐는데도 목소리가 가늘면 그 연륜에 맞는 감정 전달이 안 될 것 같거든요. "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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