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 휘발유·디젤·LPG 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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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자동차의 3대 연료로 꼽히는 휘발유.디젤.LPG(액화석유가스). 최근 7~10인용 레저용 차량(RV)의 LPG사용을 둘러싼 논란을 계기로 3대 연료의 궁금증을 풀어봤다.

◇ 디젤에서 시커먼 매연이 많이 나온다는데〓한국과학기술원(KAIST)기계공학과 배충식 교수는 "기체로 나오는 유해 배기물은 디젤이 휘발유에 비해 적으나 입자상태의 유해물질은 휘발유보다 많이 나온다" 고 말한다.

한편 "기체상태의 유해 배출물인 질소산화물(NO, NO2)은 자동차에 붙이는 촉매(후처리장치)로 해결되기 때문에 가장 큰 문제는 매연인 미세분진(PM)" 이라는 것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지구환경연구센터장 문길주 박사의 주장이다.

같은 배기량을 놓고 보면 디젤이 휘발유보다 미세분진이 20~30배 정도 많이 나온다는 것.

디젤에서 나오는 미세분진은 크기가 0.2~0.3 마이크론(1백만분의 1m)이어서 가라앉지 않고 공기 중에 떠다녀 호흡을 통해 폐 속으로 빨려들어가기가 쉽다는 것. 국립환경연구원산하 자동차공해연구소 엄명도 소장은 "이 미세분진에 함유된 벤조피렌이 암을 유발한다는 일본의 연구결과도 있다" 고 말했다.

통상 디젤차에서 매연이 훨씬 많이 나오고 엔진 노후화가 심하다는 데 대해 배교수는 "국내 화물차나 버스가 승용차보다 운행거리가 길고 차량관리도 소홀히 하기 때문" 이라며 "동일한 운행거리에서 디젤엔진이 더 많은 유해 배기물을 내뿜는다는 증거는 없다" 고 말한다.

디젤엔진은 고압상태에서 공기를 압축한 후 연료를 분사해 연소를 촉발시키기 때문에 엔진 마모가 심하긴 하지만 이를 감안해 훨씬 튼튼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이 배교수의 주장.

◇ 휘발유와 디젤의 경제성을 비교하면〓디젤은 연비가 좋아 같은 량으로 휘발유보다 주행거리가 20~30% 더 간다. 힘도 더 좋아 무거운 차들이 주로 많이 쓴다. 일산화탄소(CO)와 이산화탄소(CO2)는 디젤이 휘발유보다 약 20~30% 덜 나온다. 배교수는 "이산화탄소는 연료가 사용되는 양만큼 나온다. 따라서 연료가 훨씬 덜 드는 디젤이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휘발유만 고집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 배교수의 주장. 현재 유럽은 승용차의 절반 가량이 디젤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박사는 "매연으로 시커멓게 된 드레스셔츠를 매일 빨면 수질과 환경오염은 더 가중될 것" 이라고 주장한다.

엄소장도 "유럽지형은 분지가 아니고 바람도 잘 불어 매연이 잘 날아가지만 우리 나라는 지리적 조건이 그렇지 못하다" 며 유럽과 국내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 LPG, 최선의 선택일까〓유해배기 가스 배출 요인인 탄소수가 적다. 그래서 일산화탄소와 탄화수소(HC)가 적게 나온다는 것. 따라서 상대적으로 청정연료라는 점에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3백40억원을 들여 디젤버스를 LPG버스로 바꾸려는 정부의 계획도 있다. LPG 차량의 이런 대대적인 보급은 선진국에도 유래가 없다. 문박사는 "LPG택시가 폭발했다는 사례가 없는 만큼 탱크의 안정성은 충분히 보강됐다고 할 수 있다" 고 말한다.

다만 문제는 가스 충전시 새어나가는 프로판 가스의 위해성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 LPG저장소의 안전도도 보강돼야 한다.

국내의 LPG엔진의 기술부족도 지적된다. 배교수는 "국내 LPG차량의 일산화탄소 배출은 휘발유차의 절반 수준이지만 유럽은 4분의 1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고 소개했다.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합하면 국내 LPG차량은 휘발유차량과 비슷한 량을 내뿜지만 유럽 차는 3분의 1 수준 이라는 것. 이런 점에서 환경친화적 LPG엔진 연구가 필수적이다.

LPG는 원유의 부산물. 쓰지 않으면 버릴 수 밖에 없는 이 LPG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편이 지구 환경에도 득이다. 석유가 안 나는 우리 나라로서는 반드시 활용해야할 연료인 셈.

환경.효율면에서 최상의 연료를 명확히 가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엔진의 90%가 휘발유로 편중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견해를 같이 한다.

당장 다양화가 쉽지 않다면 디젤엔진과 LPG엔진의 효율 개선이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 정부도 지난 97년부터 G7차세대 자동차기술개발사업 과제로 승용차용 디젤엔진 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승용차.버스용 LPG엔진 개발도 시작돼 빠르면 2003년쯤 효율 좋은 디젤과 LPG엔진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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